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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롱할영 Oct 22. 2024

글쓰기로 부수입 백만 원을 벌었다

글쓰기도 돈이 된다니

저번 달에는 꽤 많이 바빴다. 도서관 글쓰기 수업도 시작하게 되어서 수업 준비도 했고, 부업으로 진행하는 글 윤문과 첨삭이 꽤 자주 의뢰가 들어와서 일복이 많았던 달이었다. '디지털 노마드'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하며 등록해둔 '교정/첨삭' 서비스로 한 달에 2-3건 정도만 작업 해 왔었는데, 저번 달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10건이 들어왔던 것이다. 정산 금액을 살펴봤다. 내 서비스에 결제한 금액들은 100만원이 넘었고,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하고서도 내게 100만원이 정산될 예정이라고 한다. 부업으로 생각했던 일에서 처음 본 수익이라 꽤 뿌듯했다. 취미로만 남을 줄 알았던 글쓰기로 돈을 번 것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교정/첨삭 서비스는 단가가 꽤 낮은 편이다. 글자수 당 가격을 책정하는 시장 기준 때문에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어떤 때에는 봉사를 하는 듯한 금액을 정산 받을 때도 있다. 그래서 이 일을 계속 해도 되는 것이 맞을까, 고민하던 때에 기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작업물들이 의뢰가 들어왔다. 자수도 더 많고, 내가 조금 더 잘 할 수 있는 종류의 글들이어서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건들이었다. 어떤 일이든 내가 잘 하는 일을 할 때 사람은 더 만족감을 느끼고, 더 잘 하고 싶어지기 마련이지 않나. 나 역시 나와 결이 맞는 의뢰인을 만날 때 더 일의 능률이 오르고, 그의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드러내게 해 주고 싶어서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되었다. 덕분에 계속 이 일을 부업 삼아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꽤 들었던 달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글을 교정보다 보면, 글을 더 담백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나 전체적인 글의 논지 등을 고려하게 돼 나의 글쓰기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니 나에게도 의뢰인에게도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꼼꼼하게, 한 번 더 생각하고 살펴보면서 교정을 본다. 나의 경우는 입으로 읽는다고 생각하면서 글을 쓰면 훨씬 더 담백하게 글이 써 지는 편이어서, 작업하면서 필요 없는 문장들을 골라낼 때 같은 방법을 쓰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나를 다시 찾는 의뢰인들은 대개 그런 나의 성향을 파악하고서 조금 더 입에 붙는 글로 수정을 원한다는 메모를 함께 남기시곤 한다. 어쨌거나 나의 방향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끼며 그들의 글을 찬찬히 살펴본다.


나는 스스로가 타고난 작가는 아니라는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글쓰기를 해왔던 나에게 '왜 글쓰기를 하게 되었느냐'고 물을 때면 사실 자신 있게 대답할 거리는 없다. 그저 '다른 친구들에게서 읽지 못하는 글을 써 보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상을 받아서'라고 말할 수밖에. 학창시절의 상장은 그렇게 나의 진로에 영향을 끼쳤고, 나는 그 상장을 믿고 쓰는 일이라면 더 잘하려고 애착을 가지고 모든 글쓰기에 임했다. 더 잘 쓰고 싶었고, 더 튀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렇게 써온 글이 나를 국문학도가 되게 만들었고, 출판사, 광고 회사, 언론사, 그리고 서점에까지 일할 거름이 되어주었으며, 신춘문예에 당선 된 직후부터는 내 이름을 건 작품과 책을 낼 수 있게 해 주었다. 돈을 많이 벌어다주진 못하는 글쓰기였지만, 글쓰기는 줄곧 나의 정체성이 되었다. 타고나지 못한 사람은 부지런하게라도 계속해야 그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음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 노력형이었던 나의 글쓰기 역사를 통해, 나는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조금은 알고 있다. 나 역시 온갖 시행착오를 통해 글쓰기를 해본 사람인지라 그들이 말하려는 것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를 잡는 데에 조금은 능숙한 것 같다. 또 반복되는 표현이나 상투적인 표현을 싫어하는 편이어서 최대한 다양한 표현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려 노력한다. 그렇게 꼼꼼하게 본 글들은 신기하게도 의뢰인에게 그 정성이 가닿은 게 느껴졌다. 글은 진심을 전한다는 말을 그래서 더 믿게 되었다.

글쓰기가 돈이 되진 않는다는 나의 오랜 선입견은 이제 점점 무너지고 있다. 내가 하기에 따라 글쓰기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어쩌면 날이 갈수록 더 늘어날 것 같다. AI가 아무리 판을 장악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따뜻한 시선과 독창적인 문체는 AI로 대체하기 어렵지 않을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문학에 대한,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더 늘어나는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 관심을 이어가주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글쓰기로 먹고 살 수 있는 일들도 더 많아졌으면, 그래서 전업 작가로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더 폭넓게 주어질 수 있었으면. 어쨌거나 나는 글쓰기를, 읽기를 멈추지 않을 테다. 여전히 글쓰기가 가진 힘을, 진심을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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