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롱할영 Nov 08. 2024

남편과 나의 생각이 같아지고 있다

같은 걸 보고 같은 생각을 할 때

남편과는 24시간 같은 공간에 함께 하고 있다. 출근도 같은 직장으로 하고 있으니, 다른 과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같은 공간에 있기는 한 것이니까. 퇴근 후에 식사는 물론이고, 운동도 함께 다니고 있는 우리 부부는 남들이 보면 '지겹지 않냐'고 물을 만큼 붙어서 지내고 있다. 7년을 연애하는 동안 매일 같이 지내는 지금을 기다렸던 만큼, 시간이 날 때마다 거제의 온갖 바다를 들르고, 주말마다 이리저리 함께 다니며 많은 대화도 나눈다. 그렇게 같이 오래 있다 보니 요즘은 내가 남편에게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자신도 생각을 하고 있는 어떻게 알았냐며, 이제는 자신의 생각까지 읽어내느냐고 남편이 말한다. 

"요즘 일몰은 아주 빨리 지는데, 지금 이 일몰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 눈 앞에 있네!"

"아니, 나도 딱 저거 보면서 그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로 말하네?"


남편보다 말이 더 많은 내가 먼저 말을 꺼내면, 남편은 그걸 자신은 딱 내가 말하는 그 시점에 그 생각을 하고 있었노라며 귀신 같이 자기 생각을 읽었다고 말한다. TV를 보다가 끝맺음이 이상하거나 연결이 잘 안되는 부분에서 "아니, 뭐 어쩌라고?" 하면 남편도 옆에서 "어, 나도 딱 그 말 하고 싶었어!"하며 별 것 아닌 것들에도 생각이 같았다고 신기해하는 남편을 보면 참 귀엽다. 계속 같이 지내더니 꽤 많이 다르던 우리가 같은 생각을 하는 때가 온다면서.


긴 시간 같이 있다 보면 말할 거리가 없지 않나 싶은데도 말할 것들은 계속 생겨난다. 더군다나 남편의 직장에 함께 출근하면서 그가 일하는 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동료들이 함께 하는지도 대충은 알아들을 수 있게 되니 더 말할 것들이 많아진다. 같이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할 수 있는 얘기도 더 많아지니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른 지역으로 여행 가는 길에 운전을 할 때에도 시간이 잘 간다. 그러다 서로의 집에 대해서나 커왔던 시간들도 얘기를 하다 보면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점점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같이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야기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7년 동안 연애를 했어도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게 될 수밖에.


오래 함께 지내는 만큼 서로의 기분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조금씩 노력도 하게 된다. 고쳤으면 하는 부분들을 그때마다 말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별 잔소리를 내게 하지 않는다. 말 대신 행동으로 먼저 하고 보여주는 그를 보면서 '나도 말을 좀 더 부드럽게 해볼게!'하고 말하게 된다. (그럼에도 잘 안 되는 때가 더 많긴 하다.) 화를 잘 내는 나이지만, 같이 있으면서 항상 나부터 생각하는 그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화를 덜 내봐야지'하고 눌러본다. 그러다 보니 다른 성향인 둘이지만 아주 조금씩 비슷하게 맞춰져간다. 결혼 전에는 일방적으로 그가 다 참는 것 같았는데, 같이 살다 보니 나도 요즘은 참는 부분이 보이는지 그도 가만 있던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고맙다고 말하는 때가 생긴다. 그럴 때면 생각한다. 살면서 더 좋아지는 부부가 되어서 참 다행이라고. 


같은 걸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때가 점점 더 많아지는 우리 부부가 얼마나 더 생각의 결이 맞춰질지 기대된다. 오래 지낸 부부들은 서로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된다던데, 우리도 얼추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그가 생각하는 걸 말로 뱉는 내가, 내가 생각한 걸 먼저 행동해주는 그가 서로에게 맞추어서 살아가는 날들이 앞으로 더 많아지겠지. 남편과 함께 살면서 더 멀리 보는 법을 배운다. 또 더 나아지는 관계들을 생각한다. 불안했던 시간들은 지나고, 나 자신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까지 안정된 관계를 다져가는 나를 보며 잘 살고 있다고 다독인다. 앞으로는 더 나을 거라고.


이전 21화 여전히 아름다운 것들을 동경하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