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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롱할영 Nov 15. 2024

결혼 전, 혼자서도 잘 놀았던 나에게 감사한 이유

할 줄 아는 게 많아서 참 다행이지

결혼 전의 나는 남편과 7년 동안을 연애하는 중에도 참 혼자서도 잘 놀았다. 교도관인 남편의 근무 스케줄 상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들이 많기도 했고, 시험을 준비하던 때가 있어서 그의 공부에 방해가 되는 애인이 되기 싫어서 내 시간에 집중하느라 다양한 취미들이 덩달아 많이 생겼다. 혼자 놀기도 하고,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면서 내가 즐길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잘 키워왔다. 결혼 전 혼자 살면서 그때그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대체로 다 하고 살아왔던 나여서, 혼자서도 뭐든 해내려는 나여서 남편과 같이 살면서 즐길 수 있는 것과 그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생각해보면 나는 남편을 만나기 전부터 혼자서도 노는 사람이긴 했지만, 연애를 때의 나는 되도록 애인과 함께 있고 싶어하는 습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를 만나면서는 그가 함께하고 싶어도 그럴 없는 시간들이 많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들을 보낼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 운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 시작한 건 어릴 때부터 해 왔던 수영이었다. 수영은 어린 시절부터 통통했던 내가 유일하게 자신있어 하는 운동이었다. 수영을 시작하고 나서 상급반에 들어가게 되면서 수영을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웨이트와 필라테스까지 해보게 되었고, 그러다 요가와 킥복싱까지 시작했었다. 


'근수저'라는 말을 들으면서 운동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자, 바디프로필에도 도전했던 나였다. 운동은 그렇게 나와 뗄 수 없는 취미가 되었다. 무에타이부터 각종 격투기를 섭렵했던 남편과 취향을 공유하기도 좋겠다며 그도 나의 취미를 반겼었다. (지금은 둘 다 운동을 잠시 쉬다가 다시 시작하는 중이다.ㅎㅎ) 지금도 그래서 남편과는 운동도 같이 하곤 한다. 헬스장에 같이 가서 각자의 운동을 하다가 만나기도 하고, 남편은 체육관에 가고 나는 수영장에 갔다가 같이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운동의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참 기쁜 일이다.

- 손수 만든 음식을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것

거제로 와서 살게 되면서 음식을 해 먹게 되는 일들이 많은데, 혼자 10년을 살았던 나는 혼자 살 때도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음식을 해 먹이기도 할 만큼 요리를 좋아했다. 남편과 연애할 때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때가 종종 있었다. 다행히 요리하는 것에는 부담이 없는 편인데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집안 분위기 덕분에 여러 종류의 음식과 식재료에 익숙한 편이다. 남편은 먹는 것에 큰 관심은 없던 편이었는데, 그런 그에게 이것 저것 같이 해 먹으면서 술도 한잔 하는 재미가 있다. 그의 직장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적이 있었는데, 아니었지만 샐러드와 새우 감바스, 그리고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주었을 그가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다는 느껴졌다. 정말로 나는 요리를 하는 것과 남을 먹이는 것은 재미 있으니까. (물론 설거지와 뒷정리는 그가 한다.) 


그와 함께 여행을 다닐 때마다 맛에 별 관심 없던 그에게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이는 것도 재미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재현해보기 위해 식재료를 하나씩 사오는 것도 우리의 소소한 행복이다. 그도 점점 음식에 대한 흥미가 늘어나는 게 보여서 같이 살찌고 있는 중이지만, 이것도 즐길 때 즐겨야 한다는 마음도 동시에 들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먹는 게 부담이 될 때도 올 테니까. 손수 만든 음식의 맛과 해 먹는 재미를 그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역시 잘 즐기면서 살았던 나에게 감사한 일 중 하나다.

- 함께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것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정말 나와 동생을 데리고 이곳 저곳을 많이 여행다니셨다. 국내부터 해외까지 시간이 될 때마다 데리고 다녀주신 덕분에 안 다녀본 곳이 없을 만큼 여러 경험이 생겼다. 또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내 돈으로 1년에 1번은 꼭 여행을 떠나겠다고 생각하며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그 덕분에 남편과 여행을 다닐 때에도 내가 가봤던 곳은 그에게 안내하면서 다닐 수도 있고, 새롭게 가는 곳이 있어도 효율적이고 가성비 있는 여행을 같이 계획하기가 좋다.


최근에는 후쿠오카 여행부터 진주, 군산, 전주, 부산 등 여러 지역을 주말마다 다녔었는데 그 때마다 실패 없는 여행을 하기 위해 각자 부지런히 찾아보며 곳곳을 누볐다. 둘 다 살은 쪘지만 그래도 아직은 튼튼한 다리 덕분에 2만 보, 3만 보씩 걸어서 여행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좋냐고 연신 말한다. 신혼여행을 떠난 유럽에서부터 3만 보씩을 걸었던 우리는 아이가 없을 때 되도록 많이 걸어다니자는 생각으로 도보 여행을 즐긴다. 아이가 생겨나면 그 때는 우리가 하는 여행이 아니라, 아이가 우선이 되는 여행이 될 테니까. 둘일 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도 참 행복하다.

- 우리의 이야기를 글로 남길 수 있다는 것

남편과의 소소한 신혼 이야기를 이렇게 글로 남길 수 있는, 글쓰기를 오랫동안 해온 나라서 또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평범하지는 않은 거제에서의 신혼 생활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도록 글로 남기기 시작한 건 참 잘 한 일이다. 뭐든 쓰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되는 법이라는 것을, 일상을 글감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쓸 것이 넘쳐난다는 것을 이 과정을 통해 다시 깨닫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읽히는 기쁨'도 알아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고, 국문학도가 되었고, 글과 관련된 일들을 경험하다 온라인 서점의 MD로 일했고, 시를 쓰다가 이제는 글쓰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 한 가지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 그 일이 나를 먹여 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된다. 좋아하는 것에 쓰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내 세계도 넓어지고, 그로 파생되는 일들이 생겨난다. 생각의 확장을 하게 해 준 나의 시간들에, 나의 글쓰기에 감사하다.


거제에서 남편과 신혼을 보내게 된 이 시간 속에서 내가 그간 살아왔던 시간들이 꽤 쓸 만하다는 생각과, 그때 잘 즐기며 살았던 나였기에 지금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이렇게 감사를 잘 할 수 있던 사람이었나 새삼 신기하기도 하다. 그 감사함이 불러오는 다른 감사함을 또 발견하면서 내 마음도, 그의 마음도 조금씩 더 넓어지는 것 같다. 가끔 다시 좁은 마음이 될 때도 있지만, 그 좁아진 마음은 둘이 대화하다 보면 다시 또 확장될 것이다. 내가 나여서, 당신이 당신이어서, 우리가 부부로 살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지금 같은 마음이라면 뭐든 재미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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