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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 미안해

by 노용우

누군가 죽었어도 살아있는 사람이 기억해 준다면, 그는 영원히 살아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널 그린다. 네가 가보지 않은 곳에서도 너를 기억한다. 때론 너와 함께였던 곳에서 너를 떠올리기도 한다. 너도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서 나를 떠올리기를 바라면서.

네가 나를 살게 했다. 나도 시간이 지나 네가 있는 곳에 가면 무지개다리를 건너와 나를 마중 나올 거라는 얘기에. 그 순간을 얼른 마주하고 싶어 나는 가끔 죽음을 떠올린다.

네가 사라진 세상에는 더 이상 사랑과 웃음이 넘쳐나지 않는다. 네가 있는 그곳으로 가서 너랑 실컷 웃고 놀고 장난치다 널 끌어안고 잠들고 싶다. 내가 사는 이곳에서 가끔 꿈에 네가 나오면 가능한 오래 유지하고 싶지만, 내 열망과는 반대로 금방 잠에서 깨버린다. 그런 아침에는 저 방문을 되도록 늦게 열고는 한다. 가능한 늦게 커튼을 걷고, 가능한 늦게 이불 밖으로 나간다.

네가 있는 그곳에 우리가 없는데, 너는 그 긴 시간을 계속 기다리겠구나. 거기에 도착하는 날. 바라던 그날이 마침내 온다면.

“안녕 반가워”보다는, “늦었지 미안해”라고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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