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찌르는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그 비명은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면 이내 사라져 버리고, 잊으려고 신경을 비우면 나를 놀리듯 조금씩 다가왔다. 손을 귀에 가져다 대고 머리를 눌러도 소리를 막기는 어려웠다. 소리는 평평한 손을 송곳같이 찌르고 들어와 고막에 꽂혔다.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있는 힘껏 막아봐도 소리는 작디작은 개미처럼 귀안에서 발발 거렸다. 이 소리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소리가 계속 나에게 들리는 동안 나는 많은 것을 잃었다.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소학교에 다닐 때부터 알았던 고향 친구들과 멀어졌고. 꿈을 잃었다. 가족도 더 이상 마주 볼 수 없었다. 눈가의 주름과 코 옆의 팔자주름도. 마음 안의 불도 잃었다. 간간히 스파크가 일긴 했으나 그곳 또한 시간이 지나니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고장 난 라이터처럼 칙. 칙. 거리며 피부가 쓸리는 소리가 들리기만 했다. 식욕도 없고, 성욕도 사라져 그만 계속 잠만 찾았다. 소리가 내 모든 걸 망쳤다. 언제부터 들렸는지 생각해 봤지만 그 시작을 정확히 정의하지 못했다. 말했듯이 그것에 관해 생각하면 떠내려가고, 고개를 휘졌고 뒤돌아 서면 꼭 그것이 거기에 서있었으니까. 오히려 나는 그 소리가 무엇을 닮았는지조차 설명하지 못하겠다. 무엇과 닮았다고 하기도 그렇고… 아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정말 소리를 듣는 건가 싶기도 하다. 요 며칠. 몇 달. 사라져 버린 소리에 기쁨보다는 언젠가 또 찾아올까 두렵다. 오늘밤에 올까 봐. 내일 아침 올까 봐. 나는 항상 긴장하고 고개와 눈을 이리저리 돌린다. 이번에 새로 한 결심이다. 다시 소리가 들리면 나는 내 스스로 삶을 마감하겠다. 법적으로 존엄사를 인정해 주는 곳에 찾아가서 내 스스로 내 삶에 마침표를 찍겠다. 그 순간을 상상해 보기로 한다. 소리는 마침내 사라질까 아님 그 마지막 순간에 지금까지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크기와 날카로움으로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