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구리가 안타까웠다. 그 남자는 우물 밖에서 돌아다니는 사람이었기에.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깥세상 얘기를 해주었다. 개구리가 그 남자의 말을 듣고 싶었는지 따위는 남자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미 마음을 정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떠들었으니. 세상에는 이런저런 일이 벌어진다고. 수많은 식물이 있고 꽃도 있다고. 그 꽃에는 벌이 산다고. 그 벌은 꿀을 만들고, 그걸 인간이 먹는다고. 꽃 주변에는 나비가 날아다닌다고. 강에는 물고기가 살고. 사람 몸보다 큰 물고기도 있다고. 물의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도 있고. 바짝바짝 물이 마른 사막에도 물웅덩이가 있다고. 등에 혹이 두 개나 있는 동물도 있고. 날개가 있는데 날지 못하는 새가 사는 얼음 나라라는 것도 있다며 신나게 떠들었다. 그 남자는 우물 밖의 얘기가 끝나면 매번 같은 질문을 했다. 남자는 계속해서 개구리에게 물었다. “밖이 궁금하지 않아?“ 나랑 같이 가자며, 지금까지 말해준 곳들을 전부 보여주겠다고 했다. 남자는 매번 찾아왔다. 비가 오는 날이던, 눈이 오던, 구름이 끼던, 안개가 깔리던. 언제나 찾아와 개구리에게 세상을 들려주고 질문했다. 그날도 질문의 답을 받지 못하고 집에 돌아갔다. 다음 날 여느 때처럼 우물을 찾은 남자는 뒤로 쓰러질뻔했지만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다시 우물을 응시했다. 우물의 밑바닥을. 그 검고 어두운 우물을. 첫날 우물을 발견했던 날보다 몇 배는 깊어져 버린 우물을. 그 우물의 끝에, 한 번에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 바라봐야 알 수 있는 것을, 눈을 찡그려 미간을 좁혀야만 보이는 그것을. 남자의 눈물도, 후회도 남자에게 벗어 나와 우물의 밑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아직도 도착 못한 그곳에. 남자의 목소리와 한탄이 같이 터져 나와 그것이 다시 바닥을 찍고 되돌아 울먹이는 남자의 귀를 몇 번이고 때리고 나서야. 드디어 남자는 알게 됐다. 자신이 얼마나 오만했는지를.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남자는 다 알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당연하게 자신이 느낀 것에 곱절을 해도 그것을 다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결국 남자는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리라는 것을. 그렇게 아파하고 후회하며 인생을 살다가 담배에, 술에 취해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그 하늘이 꼭 개구리 얼굴처럼 동그란 모양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