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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Nov 29. 2022

양립불가

bittersweet



너는 이상하게 나뻐, 이상하게 착하고.

상대가 노골적으로 속내를 비치면 절대 그 말을 안 해준다고 했지, 나는 그냥 해줘버려.

그런 투명한 사람이 오히려 좋아. 겉으로 이런저런 척해도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보단

그래도 그런 사람은, 투명하게 드러내는 사람은, 뭐랄까 용서가 된달까. 그렇게 밉진 않달까.

그래서 해줘버려, 그 사람이 듣고싶은 말.

그 대신 그사람 방식대로만 안 끌려가면 되는거지.



너는 나뻐, 이상하게도 나쁠 땐 확실히 나빠.

근데 또 이상하게 착해. 나쁠 수 없는 사람인 것 처럼.



이따금 네가 우는 얼굴과 웃는 얼굴이 동시에 생각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뿌엥-하고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울어버리는 너의 모습.

인간때문에 울진 않지만 휴머니즘엔 기꺼이 눈물을 흘릴 줄 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1초만에 울어버리는 모습.


동물은 사랑하지만 인간은 글쎄, 라고 하는 너의 모습.

아무리 큰 짐승도 두렵진 않아, 그런데 인간은 두려워라고 말하는 너는 착하고도 나쁘고 나쁘고도 착하다.



거짓되면서 진실되고 진실되면서 거짓된 너의 눈물, 웃음, 웃음과 눈물.

허허허, 헣, 하고 웃는 너의 웃음과

흐읍, 하는 들숨과 함께 터져나오는 울음.


대부분 숨을 토해내면서 울지 않나? 들이마시면서 우는 사람은 처음봤어. 호흡은 들이마시고 울음은 뱉고.

어쩜 그것마저 모순일까. 너는 그런 건 정해진 게 없어요, 나는 내 맘대로 울지도 못해요?하고 반문하겠지.

그래, 울고싶은대로 울어  방식대로 -

인간때문에 우는게 아니라면 뭐든 산뜻한 울음이겠지.



이건 전적으로 네 얘기인 것도 아니고 동시에 네 얘기가 아닌 것도 아니야.

너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말하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너무도 잘-알겠지.

핑계가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면 너는, 이 말을 귀신같이 알아들을 것이다.



너의 웃음, 과 울음.




너란 인간은 양립불가능한 조건들의 결합으로 이뤄진 걸까.

나는 너를 미워할 수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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