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긋는게 맞나 지우는게 맞나 고민하다
그어도 보고 지워도 보고
혼자 고군분투.
하지만,
답은 정해져있다.
그 답을 내가 안다는 게 문제.
어떻게 생각하면 그저 다 개소리고 말도 안되는 궤변인데,
어떻게 생각하면 다 말이 되는 게 또 문제.
문제가 전혀 안된다는 게 문제.
흰색의 선이 회색이 되고 진회색이 되다
희미해지는 게 문제.
흰 선을 밟고 밟으면 선은 희미해 져.
그게 두려웠으나,
아주 큰일은 아니었다. 생각했던것만큼.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인건가.
선.
선을 넘는다.
실제론 보이지 않는 물리적 실체가 없는 선을.
그렇다면 그건 내가 그저 관념적으로 설정한 어떤 범주인건가, 기준인건가.
선을 지운다.
임시방편으로다가.
그런데 말끔하게 지워지진 않고-
넘나든다. 왔다 갔다.
지웠다 그었다 희미해지면 다시 또 한 번 긋고
그랬다가 밟고 밟으면서 다시 희미해지게 두기도 하고
그게, 아주-
아-주.
웃긴 게 뭔 줄 알아?
난 답을 안다는 것. 다 안다는 것.
나는 사춘기소녀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든 게 다 귀찮은 회의주의자도 아닌데.
내가 그렇기 때문에-
문제.
이게 판타지야?
판타지.
"염세적이네"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했더니
"현실적인거지"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게 현실적인 거라면
나는
판타지를 살고 있다.
가능한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고,
나는 여러 종류의 선을 만든다.
점선
…
따위의,
새로운 종류의 선.
선을 긋고 사이사이를 지워버리면 점선이 돼.
그럼 그 분절된 선은 엄밀히 말해
선일까, 아닐까?
풉, 개소리.
점선을 비웃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나는 안다.
이게 현실인지 판타지인지
판타지스러운 현실인지 현실에 가까운 판타지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아니, 사실 다 안다.
나는 답을 안다.
하지만 결국,
우습게도
점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