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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Nov 18. 2022

선, 점선





선을 긋는게 맞나 지우는게 맞나 고민하다

그어도 보고 지워도 보고

혼자 고군분투.


하지만,

답은 정해져있다.

그 답을 내가 안다는 게 문제.


어떻게 생각하면 그저 다 개소리고 말도 안되는 궤변인데,

어떻게 생각하면 다 말이 되는 게 또 문제.

문제가 전혀 안된다는 게 문제.



흰색의 선이 회색이 되고 진회색이 되다

희미해지는 게 문제.


흰 선을 밟고 밟으면 선은 희미해 져.








그게 두려웠으나,

아주 큰일은 아니었다. 생각했던것만큼.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인건가.

선.



선을 넘는다.

실제론 보이지 않는 물리적 실체가 없는 선을.

그렇다면 그건 내가 그저 관념적으로 설정한 어떤 범주인건가, 기준인건가.



선을 지운다.

임시방편으로다가.

그런데 말끔하게 지워지진 않고-



넘나든다. 왔다 갔다.

지웠다 그었다 희미해지면 다시 또 한 번 긋고

그랬다가 밟고 밟으면서 다시 희미해지게 두기도 하고

그게, 아주-




아-주.








웃긴 게 뭔 줄 알아?


난 답을 안다는 것. 다 안다는 것.

나는 사춘기소녀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든 게 다 귀찮은 회의주의자도 아닌데.

내가 그렇기 때문에-

문제.




이게 판타지야?

판타지.



"염세적이네"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했더니

"현실적인거지"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게 현실적인 거라면

나는

판타지를 살고 있다.



가능한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고,

나는 여러 종류의 선을 만든다.



점선

따위의,


새로운 종류의 선.










선을 긋고 사이사이를 지워버리면 점선이 돼.

그럼 그 분절된 선은 엄밀히 말해

선일까, 아닐까?



풉, 개소리.



점선을 비웃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나는 안다.

이게 현실인지 판타지인지

판타지스러운 현실인지 현실에 가까운 판타지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아니, 사실 다 안다.


나는 답을 안다.




하지만 결국,

우습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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