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2>
길을 다 알고 있어서 길잡이가 아냐. 헤매도 보고 부딪혀가며 나만의 길을 만드는 게 진정한 길잡이였어.
목적지로 가는 지도는 없고, 문제를 푸는 공식 따윈 없어. 길을 헤매 보는 거야.
나이 든다는 것은 별 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깔깔 웃기보다 눈물 흘리는 일이 많아지는 게 아닐까. 모아나2를 보는데 몇 번이나 울컥했다. 아가들 사이에서 남몰래 훌쩍이며 영화관을 나섰다.
Keep playin' safe, you'll never know.
It's time to get lost.
- Get lost 中
모아나2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는 'Get lost'에 나오는 가사다. 길을 헤매보길 독려(?)하는 이 가사가 왜 이렇게 꽂히는지. 누군가 내게 "It's time to get lost."라고 말해주기만을 기다린 사람처럼 나는 가슴을 쾅 얻어맞고 말았다. 안전한 길만 가면 평생 모를걸. 넌 더 멀리 갈 잠재력이 있어. 계속해서 나를 때리는 대사들. 마침내 나는 모아나처럼 외치고 만다.
"다른 길은 언제나 있어!"
조금 헤매도, 엉뚱한 길로 빠져도, 다른 길로 가도 결국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 되는 여정. 정도(正道)로만 가지 않고 다른 길로 가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것. 그게 더 어렵고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니까.
길잡이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능력은 다름 아닌 담대함, 용기, 끈기인지도 모른다.
되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살고자 하는 대로 되게 하기 위해선 정말이지 용기가 필요하다. 인생에서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는 매 순간 용기가 요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더 이상 실망하고 싶지 않으니까, 좌절하고 싶지 않으니까, 혹시라도 안 됐을 경우를 상상하기조차 싫으니까 도전을 주저하고 머뭇거린다.
나 스스로 한계를 규정짓고 그 안에 갇혀 버린다. 더 멀리 갈 수 있음에도 아니야, 나는 이미 너무 지쳤어, 여기까지만 할래, 하고 멈춰 버린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래도 된다. 그것 자체가 나쁘고 비난받을 일은 전혀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거니까. 하지만 습관적으로 될 이유보다 안 될 이유를 더 많이 찾으면서 지레 겁먹고서 멋지게 도전을 성취해 낸 사람에게 질투와 시기의 말만을 퍼붓는 사람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길을 잃을 용기, 끝이 안 보여도 계속 가 볼 용기, 지금껏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할 용기, 예상치 못한 시련이 닥쳐도 묵묵히 견딜 용기(끈기도 끈기지만 버티는 것도 하나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다 너무 잘못된 길이라는 생각이 들면 이미 많이 왔더라도 과감히 되돌아갈 용기, 다시 출발선에서 새롭게 시작할 용기, 묵묵히 걸을 용기, 포기하지 마라고 스스로를 다독일 용기, 자신을 믿을 용기…….
하나의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끝은 뭐가 됐든 깨달음이 기다리고 있다. 많이 헤매고 길을 잃었다 해도, 결국 목적지 근처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 여정은 단순히 실패 속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깨달음을 얻은 '성취'의 기억으로 보존된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이 모여 내가 살고자 하는 대로 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인생은 정말이지 망망대해에서의 항해가 아니던가. 날씨를 통제할 수 없어도, 길을 다 알고 있지 않아도 내가 이 여정의 항해사가 되어 돛을 올리고 방향을 잡고 묵묵히 노를 젖겠다는 다짐. 그 일을 하는 데 좀 더 과감해지겠다고, 조금 덜 겁 먹겠다고 용기를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