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냉면 파' 존중 좀 해주세요

평택고여사냉면

by 이재이

필동면옥에서 비빔냉면을 시켰다가 선배에게 거하게 '쿠사리'를 먹었다. 선배는 어제 과음했다며 해장이 필요하다고 했고, 해장에는 평양냉면만 한 게 없다며 나를 끌고 간 거였다.(나는 술도 안 마셨는데, 왜?)


"야, 너 장난하냐. 필동에서 비빔이 웬 말이야. 평양냉면은 물이지. 물 두 개 주세요."

선배는 비냉을 외친 나를 가볍게 무시하고 물냉면을 시켰다.

고여사 비빔냉면. 나는 면을 한 번만 자르는 걸 좋아한다. / 이재이

아, 선배 제발요. 저는 자나 깨나 비냉파라고요! 그리고 저는 술도 안 마셔서 해장도 필요 없다고요! 라고 목청 껏 외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마음속 말을 마음껏 내뱉을 수만 있어도 한국 직장인들의 수명이 몇 년쯤 연장될 것이다. 그나저나 평양냉면은 이런 고집이랄까,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 사람이 제법 많은 것 같다.


걸레 빤 물 같지만 먹다 보면 중독에 헤어 나올 수 없다느니, 3번 먹었는데도 맛에 눈을 못 뜨면 죽을 때까지 맛이 없다느니 각종 흉흉한 이야기가 난무하는 평양냉면. 하지만 이런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들의 이런 '냉면 철학'은 꽤 진입장벽이 있는 평양냉면이라는 음식의 장벽을 한층 더 견고히 하는 듯했다. 그날 선배의 쿠사리는 제법 기시김이 들었고, 나를 대학시절 어느 날의 연희동으로 데려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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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국문학과 졸업 / "소설쓰고 있네” 라는 타인의 뒷담화를 들으면 괜히 내가 찔린다, 진짜 소설을 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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