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파도는 그림같았지
그걸 보고 그림같다고 하는 너는 더 그림같았고
그림같은 풍경을 보는 우리는
또 한 폭의 그림이었겠지
주워담을 수 없는 순간들 있잖아
덧칠을 한다해서
사라지진 않는 단 거 알지?
덮은 물감색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
그 물감 바로 밑에
그 전의 색들이 켜켜이 쌓여있단 거
우리는 같이 그림을 그렸던 거야
무수히 많은 그림들을.
그 위에 전혀 다른 색으로
뒤덮는다고 해도
그 그림들은 기억할거야
태초의 터치를
태초의 색깔을
태초의 그림을
덧칠한 그림을
이전의 그림으로 돌릴 순 없지만
그 어딘가에
그 밑에 다 숨겨져
입체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리 슬픈일은 아냐
내 마음 속 풍경을 꺼내
그림을 그려
그 그림은 또
어떤 색으로 덧칠될 지
여전히
알 순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