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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Aug 03. 2022

덧칠



부서지는 파도는 그림같았지

그걸 보고 그림같다고 하는 너는 더 그림같았고

그림같은 풍경을 보는 우리는

또 한 폭의 그림이었겠지



주워담을 수 없는 순간들 있잖아



덧칠을 한다해서

사라지진 않는 단 거 알지?


덮은 물감색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

그 물감 바로 밑에

그 전의 색들이 켜켜이 쌓여있단 거



우리는 같이 그림을 그렸던 거야


무수히 많은 그림들을.



그 위에 전혀 다른 색으로

  뒤덮는다고 해도


그 그림들은 기억할거야

태초의 터치를

태초의 색깔을

태초의 그림을



덧칠한 그림을

이전의 그림으로 돌릴 순 없지만


그 어딘가에

그 밑에 다 숨겨져

입체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리 슬픈일은 아냐



내 마음 속 풍경을 꺼내


그림을 그려




그 그림은 또

어떤 색으로 덧칠될 지


여전히

알 순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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