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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Dec 17. 2022

아빠의 운전




기자로 일하다보니 평소 택시를 자주 탄다.


하루종일 이 택시에서 저 택시로

저 택시에서 이 택시로 옮겨다니다보니

별의별 택시기사들을  만난다.


끊임없이 질문을 퍼붓는 기사님

큰소리로 음악을 틀어놓는 기사님

아무 말도 안하시는 기사님

(안녕하세요, ~로 가주세요, 영수증 챙겨주세요, 감사합니다 등 모든 말에 대한 대답을 안하시는..)

운전을 난폭하게 하는 기사님

신호따위 무시하고 질주하는 기사님

급정거가 디폴트인 기사님 등

하루에도 각기 다른 유형의 기사님들 만날  있다.


간혹 운전을  하는 기사님을 만나면,

너무 편안해서 목적지에 되도록 천천히 도착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내 가장 오랜 기사를 자처했던

아빠 생각이 났다.


아빠는 운전을  부드럽게 했다.

방지턱을 넘어갈 때도, 코너를 돌 때도

정지하거나 출발할 때도

아빠의 운전은 물흐르듯 흘러갔었지.


그래서 피곤할 ,

장거리 운전을  ,

 잠을 청하곤 했고


집에 도착했다는 말에 눈을 뜨고

부스스해진 머리를 다듬으며

차에서 내리곤 했다.




가족끼리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에 먼 길을 떠날때면


아빠는 운전석에, 엄마는 앞좌석에

오빠와 나는 뒷자석에 앉아

고속도로를 내달리던 모습.


간식을 사서 먹을 때면

부스러기 차에 흘리지말란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왠지 신나고 즐거웠던

가족 여행의 순간들.


목적지에 다왔다는 엄마의 말,


이제 집에 도착했다는 .


그 목소리를 듣고

비몽사몽 잠에서 덜 깬채 차에서 내리면

항상  구석에 머플러나 립밤 따위를 빠뜨리고 내리곤 했지.


아빠의 운전이 그립다.

아빠의 운전이 고맙다.


이제 면허가 있는 나는

아빠의 운전이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었음을 안다.


매일 택시를 타는 나는

아빠의 운전이 사무치게 마운 일임을 안다.



아빠가 보고싶다.


아빠가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앉아

창문을 열고 해안가를 드라이브하고 싶다.

가족 모두가 한 차를 타고

오랜 목적지를 향해 함께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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