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부모님이 사라졌다

- 이 이야기는 실제 일어난 사건입니다. -

by 어찌


이것은 사십 년도 더 된 이야기다.

어린이날만 되면 부모님이 사라진다는 이야기.


실제 일어난 사건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장르가 호러냐고 묻는다면, 글쎄.


이야기의 저자가 집 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고 누워 이야기하는 내 엄마라면 어떨까.









"엄마가 어렸을 때 말이야, 어린이날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어땠는지 알아?"



2023년 어린이날 아침, 5월의 따스한 햇살을 암막 커튼으로 가려두고 엄마는 요가매트에서 스트레칭을 하다가 말했다. 여기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내 기준으로 말한 것으로, 엄마 입장에서는 부모님이다.


"어땠는데?"

"꼭 그렇게 둘이 부부 동반으로, 왜 그 관광버스 대여해서 가는 거 있잖아? 그거 타고 놀러 갔어."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나는 웃음이 터졌다.


"왜 꼭 어린이날에 그렇게 가버렸나 몰라."

"일부러 그러신 거 아니야? 어린이날 챙겨주기 싫어서."


낄낄 웃는 나를 엄마는 밉지 않게 흘겨보더니 흥, 하고 말았다.


"그냥 그때는 어린이날이고 뭐고 그저 쉬는 날이었던 거지 뭐. 둘이 꼭 그렇게 사라져 버렸어."





출처 : 픽사베이, @NoName_13




점잖던 할아버지와, 손재주 좋은 할머니를 떠올렸다.

5월 5일 따스한 햇살이 반짝이던 날, 그들은 원색의 옷과 모자로 한껏 곱게 멋을 내고는 집에 있는 어린이를 두고 쿵짝이는 관광버스에 올랐다.



"너무 귀엽다."


내 대답에 엄마는 긍정의 웃음을 띠었지만, 아마 그녀는 내 말의 숨겨진 주어를 몰랐으리라.

내가 귀엽다고 한 대상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니라 바로 이야기의 저자인 엄마라는 사실을 말이다.



서른 살이 넘은 딸에게, 오십칠 살의 엄마가 사십 년도 훌쩍 넘은 어린이날 부모님의 행적을 이르고 있는 것 아닌가. 이 2023년 5월 5일의 아침이 웃기고, 그런 엄마가 너무 귀여워서.








이 글을 적어 내려가는 지금도 그 모습을 생각하니 다시 웃음이 난...... 잠깐, 그러고 보니 내 어린이날은 어땠더라...?



이상하다. 어린이날 엄마와의 기억이 없다.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하던가.

그렇다. 어린이날만 되면 부모님이 사라진다는 이 공포 이야기는 시즌2로 이어지는 연재소설이었던 거다. 연재소설의 장르는 공포가 아닌 코미디인 줄 알았더니, 그냥 코미디가 아니라 블랙 코미디였다.



엄마에게 묻고 싶은데, 직장을 다니는 엄마는 이미 집에 없다.



이 어린이날 이야기의 결말은 열린 결말이다.

'백수 딸은 집에 홀로 남아 이유 모를 억울함을 느끼는데....... 아 백수라서 따질 수가 없네.'



출처 : 픽사베이, @Antj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