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가지고 있는 걸 '발견'하기
내가 지닌 걸 정확히 알지 못하면 자꾸 남들이 가진 것에 눈이 돌아가게 된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게 뭔지 떠올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정확히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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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에 접속하는 순간, 메인에 걸린 각종 광고의 옷이 눈에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클릭한다.
예쁘다. 사고 싶다!
꼭 필요한 게 아닌데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것 봐, 예쁘지? 너한테 딱이지? 이 정도는 자신 위해 살 수 있잖아.'라는 속삭임에 여전히 자주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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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고 싶다는 욕망의 순간이 쌓이고 쌓일 즈음, 내가 쓰는 특효방법이 있다. 바로 옷장을 뒤집어엎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할 때는 지금 계절의 옷만.
시간이 넉넉할 때는 아주 전체적으로 들어내 온갖 옷을 다 정리한다.
사실 이건 정리라기보다는 '지금 나에게 있는 옷이 뭐가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에 가깝다.
사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꾹꾹 참기만 하면 오히려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되어 무지성 소비를 하게 되었다.
내가 지닌 걸 정확히 알지 못하면 자꾸 남들이 가진 것에 눈이 돌아가게 된다.
내가 이미 지닌 걸 하나하나 꺼내가며 정확히 본다. 수많은 옷을 보고 있자면, 어쩐지 옷에 대해 징글징글해진다. 지쳐서 옷을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기도 하고, 사려고 했던 옷을 대체할 수 있는 옷도 대체로 이미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 잊고 있던 옷들을 발견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옷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면,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새삼스레 발견하게 된다.
발견은 우연치 않은 기회로 오기도 하지만, 정확히 보려는 노력에서 오기도 하니까.
나니아 연대기에서처럼 옷장을 통해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현실적인 탐험 정도는 할 수 있다.
마치 서랍 한구석에서 언제 넣어두었는지도 모를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발견하는 기분이랄까.
"맞다! 나 이거 있었지!"
"어? 나한테 이런 옷도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