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의 동시 <만나고 싶은 너>
만나고 싶은 너
김준현
빨간 신호등 속에 있는 사람은
얼마나 외로울까?
아무도 다가가지 않잖아
다들 초록색 신호등만 기다리면서
빨리 사라지기만 기다리니까
신호등이 깜박깜박
사람들도 눈을 깜박깜박
텔레파시를 주고받다가
잠시 눈을 감고 숨어 있을 때만
사람들이 조심조심 다가오지
김준현의 동시집 《나는 법》(문학동네, 2017)에는 외로운 아이가 보인다. 엄마를 그리워하고(<나는 법>), 홀로 비 맞으며 울기도 하고(<어떤 빗방울>), 생일도 혼자 보내야 하는(<귀 빠진 날>) 그런 아이다. 그 아이는 “아무하고도/ 관계가 없는 사람처럼” 홀로 사는 순간의 연속이다.
빨간 신호등 속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는 사람은 없다. 빨간 신호등을 쳐다보기만 할 뿐, 건너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이는 빨간 신호등을 보고 자신의 외로운 상황을 떠올렸겠다. 다가오는 사람이 없어 홀로 살아야 하는 처지가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했겠다.
빨간 신호등은 사람들과 “텔레파시를 주고받는”다. 빨간 신호등이 “빨리 사라지기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낸 신호일 것이다. 내가 없는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을 보는 빨간 신호등 속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자신의 처지를 그와 같다고 여기는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
다행히도, 아이는 희망이 될 수 있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사람들이 조심조심 다가오”는 순간을 간과하지 않았다. 비록 “잠시 눈을 감고 숨어 있을 때”이지만, 사람들이 다가오는 순간을 보고 있다.
시의 제목은 “만나고 싶은 너”이다. 아이는 외로워 보이는 빨간 신호등 속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아무도 다가가지 않”는 빨간 신호등에게 다가가고 싶어한다. 눈을 감고 있어 보이지 않지만,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 아닐까. 외로움을 견디는 희망의 순간을 전하려고 하는 마음은 아닐까. 나와 닮은 '너'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