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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Nov 21. 2023

우리에게 펭귄이란, 꿈이자 현실이다.

우리에게 펭귄이란(류재향, 위즈덤하우스, 2022)

 《우리에게 펭귄이란》은 여러 단편 동화가 실려있는 동화집이다. <우리에게 펭귄이란>, <고양이를 안아보자>, <아람이의 편지>, <달팽이가 간다>, <네모에게>로 총 다섯 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어린이 주인공은 저마다의 개성으로 독자에게 공감과 깨달음을 준다. 특히, <우리에게 펭귄이란>에 등장하는 어린이는 어른 독자에게는 반성의 기회를, 어린이 독자에게는 통쾌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용민이는 "칠살" 유치원생이다. 가족과 식사를 하던 어느 날, 펭귄을 구하기 위해 남극에 간다는 선언을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고 넘어간다. 용민이의 선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초등학교 갓 입학한 누나, "나"뿐이다. "나"는 용민이를 회유하려고 노력하지만, 오래전부터 계획한 일이었던지라 용민이는 펭귄을 찾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결국 용민이가 찾아간 곳은 사육사 일을 하고 있는 엄마 친구의 집이었지만, 가족들은 남극에 가고자 하는 용민이를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한다. "적당히 둘러대. 남극에 가면 꼬마 인간은 다 얼어 죽는다고.", "특수 요원들이 힘을 합쳐서, 펭귄을 몽땅 다 구해 줬다고 해."라는 이모와 삼촌의 말에 "나"는 대꾸한다. "적당히 꾸며 내면요, 우리가 다 믿을 것 같아요?"

 어른 중심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시원하고 통쾌한 말일까. 어린이들이 이 말을 마음에 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은 어른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그것이 어린이가 사는 세상이 우습게 여겨지는 이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모른다는 것은 배워야 하는 이유이지 무시받을 조건이 될 수 없다. 나는 어린이가 알 수 없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경험하지 않았기에, 아직 모르는 것만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어린이보다 세상을 조금 더 빨리 살고 있는 어른이 해야 하는 일은 분명하다. "적당히 꾸며 내"서 어르고 달래는 일이 아니라, 어린이가 어린이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남극에 가서 펭귄을 구하는 일은 용민이의 꿈이자 현실이다. 현실적 제약에 대해 무딘 감각을 지녔기에 오히려 넓은 세상을 꿈꿀 수 있다. 어른의 눈에 비현실로 보이는 어린이의 현실을 "기다려 주"고, 믿어주고, 함께 해주는 일이 필요하다.

 소설가 김연수의 말처럼, 우리는 달에 걸어갈 수는 없지만, 달에 갈 수 있다는 듯 살아갈 수는 있다. 마찬가지로, 용민이가 지금 당장 남극에 갈 수는 없지만, 언젠가 남극에 갈 수 있다는 듯 살아갈 수는 있다. 그리고 이렇게 살다보면 언젠가 남극에서 모든 펭귄을 구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면, 또 다른 멋진 방법으로 남극에 가지 않고 펭귄을 구하는 일을 할지도 모른다.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어린이는 학원, 집, 학원, 집을 오가며 현실적인 목표를 위해 꿈을 희생한다. 마치 꿈을 이루는 방법으로, 꿈을 현실적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다. 남극에 가서 펭귄 구하는 일을 꿈꾸면 안되나. 어린이가 사는 세상은, 꿈을 현실에 맞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꿈에 맞게 재조정하는 일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린이가 가진 가능성을 지켜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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