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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령 Apr 01. 2017

봄, 연인 같은 운동화와 함께#2

평소에 입는 옷과 잘 어울리는 운동화

  연인 관계를 ‘어울리다’라는 수식어로 많이들 표현한다. 어울림이 있는 연인은 서로의 개성을 존중한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이 되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이 있음으로써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든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양보와 이해를 기반으로 함께할 때, 관계의 아름다움이 발생한다. 서로 다른 인격체가 어우러져 화음을 만들고, 관계의 공명이 인식을 건드릴 때 ‘어울린다’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옷을 입을 때도 의복들이 서로 어울리게 입으려 노력한다. 거울을 보면서 이 티셔츠, 저 티셔츠를 바지와 치마에 맞추어본다. 사람들은 치마와 바지, 티셔츠 등은 여러 가지 가지고 있어서 다양한 조합을 만들지만, 운동화는 한, 두 켤레 정도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 선택권이 많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운동화를 살 때 평소에 많이 입는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운동화를 살 수밖에 없다. 운동화의 캐주얼한 개성과 옷의 분위기를 각각 살리면서 신발과 옷이 만났을 때 조화를 이루는, 그런 운동화를 선택해야 한다.


 평상시 캐주얼한 옷을 즐겨 입는 사람은 운동화를 많이 신는다. 캐주얼한 옷은 깔끔한 디자인부터 화려한 디자인까지 웬만한 운동화 디자인을 잘 소화해낸다. 하지만 운동화가 캐주얼한 의상에만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이다. 최근 들어서 운동화를 코트, 재킷, 슈트, 원피스 등을 입을 때 신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운동화와 상·하의는 의외로 잘 어울린다.


 캐주얼하지 않고 격식이 있어 보이는 스타일에는 어떤 운동화가 잘 어울릴까. 우선 얌전해 보이는 운동화가 있다. 운동화가 얌전해 보인다는 말은 캐주얼한 분위기를 많이 덜어냈다는 의미이다. 색상은 흰색, 검정, 회색, 갈색 같이 명도와 채도가 낮고, 모양과 디자인이 단순한 운동화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운동화는 운동화 끈, 설포, 갑피, 밑창 등이 크게 튀는 법이 없다. 특히 흰색 운동화는 의외로 정장과 잘 어울린다.

정장과 하얀 운동화 ©http://www.hommestyler.com

 과거의 고정관념으로 볼 때 특정 스타일에 같이 신어야 했던 신발과 공통점이 있는 운동화도 격식이 있는 스타일과 잘 어울린다. 그런 운동화는 스타일과 크게 이질감 없이 어울린다. 예를 들어 정장은 항상 구두와 신어야 할 것 같지만 구두와 비슷한 운동화를 신는 것이다. 이렇게 운동화를 정장과 같이 신으면 발이 편하면서 동시에 신선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장점을 얻는다.


 아래 사진은 버버리에서 2015년 내놓은 봄/여름 정장 화보이다.(Burberry’s spring-summer 2015 Tailoring campaign) 모델들은 정장과 함께 운동화를 신고 있다. 색상은 정장 구두와 다르게 화려하다. 하지만 운동화의 전체 형태를 이루는 곡선은 정장 구두와 유사하고, 운동화 갑피에 사용된 소재 일부는 정장 구두를 만드는 원단인 가죽과 같은 소재를 사용해서 정장에도 입을 수 있는 운동화 이미지를 잘 만들었다. 격식과 캐주얼이 서로 어울림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버버리 정장과 운동화 ©Burberry/Testino

 영화 <트와일라잇> 여주인공으로 유명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운동화를 이용해 신선한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구두와 많이 입던 옷에 운동화를 많이 입는다. 아래 사진 속에서 그녀는 옷과 같은 색상과 스팽글 장식으로 만든 운동화를 신어서 운동화와 옷의 조화를 이뤘다.  만약 이 슈트 드레스에 구두를 신는다면 아마 운동화와 비슷한 색상의 구두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크린스틴 스튜어트의 운동화 스타일링 ©Pascal Le Segretain/Getty


 파파라치들이 찍은 사진 속에 등장하는 패셔니스타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운동화를 신곤 한다. 저런 옷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운동화를 신었음에도 스타일이 산다. 패셔니스타와 같이 운동화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려면 옷을 잘 입는 것이 우선이다. 패셔니스타만큼 옷을 잘 입는 감각을 얻으려면 평상시 꾸준히 패션에 열정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스트리트 패션 사진 주인공보다 주인공 뒤에서 걸어 다니는 행인들 수가 더 많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패셔니스타보다 옷에 관심 정도 주는 행인들이 더 많다. 행인들은 패셔니스타와 같은 시도를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러기에 패셔니스타들이 신은 신발을 무작정 고르는 것보다 자기 평소 스타일에 어울리는 운동화를 선택하기를 추천한다. 너무 무난한 신발이 지루하다면 부분적으로 튀는 디테일이 들어간 운동화도 좋다.

패셔니스타의 운동화 스타일링 ©Glamour

 옷장에 잘 어울리는 운동화를 선택하기에 앞서 스스로가 평상시 자주 입는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바쁜 삶을 핑계로 자기 내면도 돌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 스타일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사람은 더 많다. 하지만 자기 스타일을 잘 파악하면 자기에게 딱 맞는 소비를 함으로써 지갑에서 돈이 헛되이 새어나가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발이 편한 운동화

 연애 초창기에 데이트를 할 때는 항상 구두를 고집했었다. 데이트를 하고 돌아와서 구두 때문에 퉁퉁 부은 발은 차가운 물로 식히곤 했다. 어떤 때는 너무 오래 하이힐을 신어서 발 모양이 구두 모양으로 꺾여 굳은 적이 있었다. 눈물을 머금고 꺾인 발가락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펴주면서 아픔 때문에 이를 악물었었다.


 연애 7년 차. 어느 순간부터 그와 데이트할 때 편한 운동화를 선호한다.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졌다. 발이 편해야 그와 오랜 시간 대화할 때 방해받지 않는다. 연인이 가족만큼 편해지는 시기가 되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간편해진다. 그런 시기가 되면 연인이 힘들 때 진정성 있는 조언을 해주고, 내숭 없는 모습도 서로에게 보여주게 된다.


 운동화도 이런 편한 연인 같은 모습을 가지는 것이 좋다. 우리가 가장 솔직한 차림을 할 때 신게 되는 운동화는 오래 걸을 때, 뜀박질을 할 때, 하루 종일 서서 일할 때, 신는 사람이 힘들지 않게 해야 한다. 더해서 신는 사람의 발 건강까지 신경 써줘야 좋은 운동화다.


 운동화는 발에 전해지는 충격을 완화해줘서 발이 편안하도록 한다. 사람들은 이런 편안함을 누리기 위해서 쿠셔닝이 좋은 운동화를 많이 찾는다. 운동화의 두꺼운 쿠션은 발에 전해질 충격을 대신 흡수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그런데 운동화 역사에는 이런 통상적인 믿음을 뒤집는 이야기가 있다.


 1970년대 미국에서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조깅 붐’이 일어났다. 바이어들은 조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쿠셔닝이 좋은 운동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바이어들이 이런 운동화를 제작해달라고 가장 먼저 아디다스에 요청했다. 그런데 아디다스는 바이어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어쩔 수 없이 바이어들은 나이키에게 쿠션닝(Cushioning)이 좋은 운동화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고, 나이키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거래를 통해서 나이키는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 그렇다면 왜 아디다스는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 발로 차 버린 것일까.

 

 아디다스가 쿠셔닝이 좋은 운동화를 거절한 이유는 발 건강 때문이었다. 아디다스 연구원들은 바이어들에게 쿠셔닝 좋은 운동화가 발과 무릎 건강에 안 좋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었다. 아디다스는 발에 해를 끼치는 운동화를 만들 수 없다는 소신을 지켰던 것이다.


 잘 이해가 안 갈 수 있다. 일상 상활 속에서 쿠션은 충격 방지용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에어백, 소방서에서 쓰는 공기 안전매트, 스키 보호대 등 쿠션을 충격흡수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쿠셔닝이 좋은 운동화는 발의 충격을 덜어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운동화를 신으면서 쿠션 밑창이 주는 편안한 감촉 역시 쿠셔닝이 좋은 운동화가 발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착각을 주는 이유이다.


 쿠셔닝이 좋은 운동화가 발과 무릎 등 건강에 안 좋은 이유는 사람들이 쿠션 밑창 위에서 몸의 중심을 잡고 서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덤블링 위에서, 침대 위에서 방방 뛰었던 기억이 있었을 것이다. 진동하는 탄성 매트 위에서 이리저리 튕기기는 쉬운데, 똑바로 서있기는 힘들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매트 위에서 곧게 서보려고 몸을 우스꽝스럽게 뒤틀면서 무게 중심을 잡아 보려 하지 않았던가. 에어백, 안전매트, 스키 보호대는 쿠션이 충격을 흡수한 후 몸이 튕기든, 흔들리든 굳이 의지를 가지고 중심을 잡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쿠션 운동화 위에서 우리는 곧게 서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걷고 뛰기까지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몸은 발목, 무릎, 허리에 무리한 힘을 주고 그 결과 관절과 근육은 손상을 입는다.

덤블링(Trampoline) ©https://www.walmart.ca

 쿠션에 힘을 주면 부딪힌 물건을 튕기는 반동이 생긴다. 덤블링을 할 때는 튕기는 것은 이런 반동 때문이다. 덤블링에 점프를 한 후 몸이 튕기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위아래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운동을 즐긴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온몸에 힘을 빼고, 반동에만 의지한다. 하지만 신발을 신을 때는 무게중심을 잡고 서있기 위해서 쿠션이 주는 반동을 몸무게로 눌러 견뎌야 한다. 생각보다 반동 충격은 크다. 반동에서 오는 충격은 평상시 걸을 때 땅에서 오는 충격보다 더 커서 발과 무릎 관절에 무리한 힘을 준다. 이런 충격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발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작용과 반작용에 의한 걷기

 발이 충격을 받을 때, 발의 관절과 근육은 땅에서 오는 반작용이 주는 힘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는 움직임을 취한다. 이것은 태권도, 합기도, 유도 같은 무술에서 쓰는 기술인 낙법을 취하는 것과 같다. 여기서 낙법이란 몸이 떨어지거나 쓰러질 때 충격을 최소화하는 자세를 취하는 기술을 말한다. 하지만 쿠션 운동화를 신으면 발은 충격을 분산하기 위한 움직임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다. 우리가 덤블링 위에서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것과 비슷하다. 신발이 유연하지조차 않으면 발은 더욱이 필요한 자세를 취하지 못한다. 충격을 적절히 분산시키지 못한 발은 그 충격을 온전히 받는다. 그 결과 발 건강은 악화된다.

낙법 연습 ©Pinterest

 발에는 발바닥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인 아치가 있다. 아치형 다리(bridge)가 다리의 하중을 효율적으로 견디는 것처럼 발의 아치는 체중을 잘 견디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운동화는 발의 아치가 받는 힘을 돕기 위한 형태로 설계된 것이 많다. 하나보단 둘이 힘쓰는 것이 더 나은 것처럼 운동화가 아치를 도와주는 것이 언 듯 보면 좋아 보이는데 마냥 그렇지도 않다.

아치형 다리 ©Pinterst

 과거 무한도전에서 정준하와 노홍철이 화보를 찍기 위해서 열심히 몸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철저하게 식단 관리를 하고, 고통이 수반되는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한 결과 두 사람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멋있는 식스팩을 자랑했다. 그런데 화보를 찍고 난 후, 몸 관리에서 손을 떼자 정성스럽게 만든 근육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근육이란 만들 때는 어렵고, 사라지기는 쉽다. 이것은 발의 아치 근육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운동화가 아치의 역할을 많이 덜어줄수록 아치는 운동을 적게 하게 된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서 아치 근육은 점점 약해지고, 사라지게 된다.

정준하, 노홍철 근육 ©무한도전, mbc

 운동화가 발 건강에 좋지 않은 여러 이유 때문에 <신발이 내 몸을 망친다>의 저자 다니엘 호웰은 맨발로 다니거나 맨발로 걷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주는 신발을 신을 것을 권유한다. 맨발이 발 건강에 좋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나이키에서도 나이키 프리(NIke Free) 러닝화를 출시했다. 나이키 프리는 비록 쿠션이 주는 효과에 의존하는 러닝화이지만 발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위해 유연한 소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프로스펙스 W운동화도 맨발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염두하고 선보여졌다고 한다.

나이키 프리 러닝화 ©store.nike.com

 현실적으로 맨발로 밖을 다니는 것은 무리다. 지금 당장 맨발로 은행, 병원, 도서관을 돌아다니면 경비원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는다. 보도에 발을 다치게 할 유리 조각, 압정과 같은 위험물을 감지하기 위해서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니는 것은 불편하다. 우리는 신발이 발 건강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알더라도 신발을 신는 것이 위생적이라는 사회 시선과 신발이 주는 편의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평상시에 발 건강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운동화를 신고, 특별한 날에는 특수 운동화나 구두 등을 신는 것이 현실적이다.


 필자는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러닝화를 선호했다. 조깅을 자주 하는 편이라서 꿩도 잡고, 닭도 잡는다는 생각으로 러닝화를 일상 운동화로 신었다. 하지만 러닝화는 뒷 굽이 조금 높아 기울어져 있다. 이런 구조는 달릴 때 도움닫기를 도와준다. 이 구조는 발이 구두를 신은 것과 같은 자세를 취하게 해서 발을 긴장하게 만든다. 즉, 그렇게 편한 운동화는 아니라는 말이다. 또한 러닝화는 탄성이 큰 두꺼운 쿠션이나 반동을 잘 주는 모양으로 설계된 밑창을 이용하므로 반동이 심하다. 이런 반동은 뛰는 동안에 추진력으로 작용해서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발은 반동에서 오는 충격을 온전히 받게 된다. 발은 일상생활에서 러닝화가 주는 충격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질환이 생긴다. 그러므로 평상시에는 일반적인 라이프스타일 운동화를 착용하고, 운동용 운동화를 따로 구비해 두었다 필요할 때 신어야겠다. 맘 편한 사람 곁에 두면 정신 건강에 좋듯이, 내 발이 편하다고 하는 신발을 신어서 할머니가 되었을 때 관절로 병원 다닐 위험 부담을 덜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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