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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 Jan 26. 2021

우리나라 디자인 역사

조선미술전람회의 특징과 해방이후 한국사회에 미친영향



조선미술품전람회는 일제 식민지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1922년 창설되었다. 근대적인 미술로서의 공예 개념의 정착을 명목으로 세워졌으며 신분적으로 천시되어 왔던 장인들에게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공인받을 수 있는 등용문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모전이라는 형식을 빌려  공예가들에게 아류적 경향과 표절, 유행적 심리, 일본화 경향 등의 허위의 예술의식을 부추기는 문제를 낳았다. 심사위원이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작품이 일본의 주류적 기준에 얼마나 근접하느냐, 혹은 조선인은 미개하고 계몽의 대상이라는 식민지배의 논리가 얼마나 잘 학습되어있는가를 심사의 기준으로 삼았다. 광복 이후 1960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가 생겨났으나, 입상자들이 그대로 다시 심사위원이 되었기 때문에 선전을 그대로 계승하여 조선미술품전람회의 역겨운 기준이 답습되고 전통 조선공예와 산업디자인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의 산업디자인은 그 문화적 근원을 전통 공예에 두지 못하고 서구로부터 새롭게 이식받게 되어 우리 디자인의 맥이 끊겼다.


일례로, 이인성의 ‘가을 어느날’에는 상의를 탈의한 여성이 등장하고 ‘경주의 산곡에서’라는 작품 속에는 아기를 업고 있는 소년이 등장하고, 다른 한 소년의 발 밑에 깨진 기와가 놓여있다. 이러한 그림의 내용은 한국 농촌의 모습을 일본인의 눈으로 왜곡하여 본 모습으로 조선인은 미개하고, 중요한 문화재를 인식하지도 못할만큼 계몽이 필요한 존재기 때문에 일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입상작들은 전통문화를 타자화하여 우리 민족이 문화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타인을 중심으로 삼았다. 또한 이러한 것이 입상작이 되면서 이러한 왜곡된 시각이 정답으로 인정되었다. 김진각이라는 작가는 서양과 동양의 이질적 요소를 결합하는 시도로 입상을 하였는데 이러한 경향은 작가의 고유한 미의식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공모전만을 위해 조작된 미의식으로서 입상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모습으로 성숙한 작가의식을 보여주질 못했다. 이러한 아류적 경향은 한국 산업디자인의 역사에 지속되었다.


삼성의 마이마이는 1979에 등장한 소니의 워크맨을 모방한 것으로, 지식재산권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문제가 되었다. 또한 정연종 작가가 제작한 롯티 캐릭터를 대기업 롯데가 상당부분 모방하여 롯데월드 개장 시 대표 캐릭터로 사용한 사건에서도 보면 알 수 있듯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과 카피에 대한 인식이 높지 못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일어났고 1995 WTO, 1987 세계저작권 협회에 가입하게 된다. 이후 미술관련 서적의 출판이 줄어드는 등 창작이 위축되는 듯 보였지만 오히려 궁극적으로 디자이너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창의성을 촉진시켜 우리나라 고유 디자인의 출현을 가능케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2016 문체부 주도의 국가 CI인 CREATIVE KOREA는 프랑스의 것을 모방한 형태를 띄는 등 아직도 아류적 경향의 B급 정신이 남아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평창올림픽 기념 불꽃 축제 포스터도 사운드시티 공연 포스터 유사한 모습을 띄는 등 최소한 경제적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에는 뿌리를 뽑았어야 했던 아류적 경향이 아직 산재해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디자인 DNA가 있다. 징비록의 저자인 유성룡의 집에서 나온 책상을 보면 책을 올려놓는 부분의 흠이 있는데 이는 올려놓은 책을 마찰이나 손상없이 들어올릴 수 있는 구조로 책에 스트레스 주지 않으려는 디자인적 의도가 드러난다. 책을 귀히 여기는 마음을 여실히 드러난 디자인이다. 우리는 이러한 훌륭한 선진들의 디자인 사례를 바탕으로 과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상상하며 진정 우리다운 것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정립해나가야 할 것이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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