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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 Jan 27. 2021

순수함에 대해

논리적 글쓰기 수업에서 

현대사회에서 현대인이 타협할 수 없는 가치는 순수함이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기술과, 나 자신의 득과 실에 따라 관계를 재단하는 경우가 잦아짐에 따라 우리는 많은 가치와 타협하고 있다. 우리는 입시와 타협하고, 승진과 보너스에 타협하고, 사람들의 시선에 타협하며, 가족의 안위와 쉽게 타협한다. 우리는 개인적 목표의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목표만을 강하게 열망하는 그 과정 속에서 목적이 없는 순수한 행위들은 무모한 짓이고 경쟁에 도태되는 행동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순수함과의 타협, 목적 달성을 위한 전략만을 강구하는 것을 필연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순수함이란 우리가 절대 타협해서는 안되는 가치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순수함은 현대사회의 경쟁적 분위기에 가장 필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복제품처럼 정기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과 심지어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경쟁’을 제재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서로를 죽고 죽이는 분위기에 얼마나 익숙해졌는지 보여준다. 각자가 가진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가끔은 남과 대립적이기도 한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 우리의 시야는 점점 좁아지고, 우리는 우리 삶의 승리만을 위해 더욱 정교하고 세밀한 목표와 계획을 세운다. 순수함이야말로 이러한 경쟁적 분위기를 초월할 수 있는 가치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순수라는 형태로 존재하는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 사회에 대한 또는 나의 인생에 대한 긍정성, 주어지는 상황과 상관없이 이상향을 바라볼 수 있는 자신감이 내 친구를, 내 이웃을, 또 가끔은 내 자신마저도 패배시켜야만 하는 적으로 보게 만드는 이 사회적 분위기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순수함은 수단적 도구로 사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경쟁적 분위기에 지친 사람 간의 관계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순수함은 우리의 정신을 늙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관절염과 주름, 노안이 우리가 늙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 이상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 짓고 그것을 굳게 믿기 시작할 때 우린 노화한다. 즉 우리가 점점 늙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순수함을 잃기 때문이다. 현대화된 문명 속에서 우리는 더 좋은 음식과 더 좋은 보톡스, 더 좋은 헬스로 노화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늙어 보이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정말 늙었는지의 문제다. 우리 안의 순수함을 유치하다고 폄하하지 않고, 이 사회에 만연한 물질 중심의 가치관과 타협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정신의 방부제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순수함을 지키지 않는다고 숨이 막히는 것도 아니고, 순수함을 지킨다고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잘 먹고 잘 사는 것만을 인생의 유일한 목표로 삼고 달려간다면 우리는 반드시 죽음의 문턱 앞에서 그것들의 의미를 찾기 위해 방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목표나 수단이 아닌 우리 안의 본성으로 존재하는 순수함의 가치를 인식하고, 지킨다면, 잘 먹고, 잘 잘 수 있는 인생에서 느끼는 행복보다 훨씬 큰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흰색 물감에는 검은색 물감을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쉽게 검어지지만, 검은색 물감에는 흰색 물감을 아무리 섞어 봐도 회색밖에 될 수 없다. 이처럼 순수함도 한 번 잃으면 다시 되찾기 어렵다. 은밀하게 타협을 요구하며 우리의 마음속에 검은색 물감을 한 방울, 두 방울 떨어뜨리는 사회로부터 우리는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 할 것이다.


(18세때. 논리적으로 글을 써보려고 노력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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