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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 Jun 02. 2021

uncertainty avoidance

인턴면접 그후에 든 생각들

반쯤은 각성을 하고 반쯤은 타성에 젖어 면접을 보다

문득 이 상황이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좋아하는 아티스트 있으신가요

싫어하시는 것도 있으신가요

이런 프로젝트를 맡게되신다면 어떻게 진행하실건가요


닮고 싶은 점이라곤 겉으로 보기에도 단 하나 찾을 수 없는 저 건너편의 사람들에게

사상검증을 당하고 있는 꼴이 우스웠다.

그러나 누가 나를 이 자리에 앉혔는가.나다.

내 안에서 평생 나를 몰아붙이고 채찍질해온 나다.


인생은 무언가 평생토록 보장되는 것을 찾아 헤매는 여정이 아닌데

그저 하나의 즉흥연주의 반복일 뿐인데도

나는 무언가를 바라기에, 대체 무엇의 보장을 원하기에

이토록 이상한 곳에 앉아있게 되었을까.

돌아오는 지하철 속 아직도 애굽에 있는 나는 하루치 벽돌을 다 옮기지 못해 나에게 채찍질을 당하고만다.


사랑하지 않는 것에 나의 이력을 팔고 나의 시간을 팔고 경험을 팔고 나의 가치관을 팔고

나를 판다

이렇게 짧은 인생에 이처럼 부질없는 일이 또 있을까

이처럼 나를 낭비하는 일이 또 있을까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무서운 격언이 뇌 어느곳에서부터 흘러내려와 가슴에 콱 박히는 것 같았다.

 

다시 살고싶다.

얼마나 시간이 걸린대도 상관없다. 아마 채찍을 들고 나를 굴려 여기까지 왔으니 지금까지의 시간만큼 더 걸릴지도 모른다.

이번엔 다시 잘 살고 싶다.

불확실성을 끌어안고도 잘 사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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