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케스트너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생각하라
때가오면 자랑스럽게 물러나라
한번은 살아야 한다
그것이 제 1의 계율이고
한번만 살 수 있다
그것이 제 2의 계율이다
가장 쉽고 간편한 길을 알려주는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되새기는 시. 그러나 삶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삶을 사랑하는 만큼 내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 자신이 고통을 받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 힘이 든다. 그래서 가끔은 그 자기사랑이 지독해서 죽음만 생각하게되고, 아무도 모르게, 원래 아무것도 아니었던 먼지처럼 되어버리고 싶어진다. 소리를 내고 나 아프다고 외치는 건 너무 싫어서 혼자 고개를 파묻고 울면 나아지는 건 사실 아무것도 없다. 과연 그 독한 사랑이 좋은 사랑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삶과 존재의 고뇌에 대해 볼테르는 이렇게 말한 바가 있다.
우주가 나를 혼돈에 빠뜨린다. 그래서 나는 오직 이 시계가 존재한다는 것과 이 시계는 시계공의 것이 아니라는 것만을 생각할 수 있을 뿐이다.
사랑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고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모를 것 같다. 그래도 한번은 살아야 한다. 그리고 한번만 살 수 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하고, 싫어도 살아야하는게 인생인 것 같다. 가끔은 정말 그것뿐인 것 같다. 그렇게 살다보면 내 마음을 다해 삶을 사랑하게 되는 날도 오긴 올까? 그 사랑을 해본 뒤라면 자랑스럽게 물러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