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시간여행자가 되는 법에 대해
시간을 돌려서가 아니라 우연히, 그것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난 메리. 이후에 팀이 메리와 해리 중에 해리의 연극을 돕는 것을 선택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팀은 참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이다.
팀은 이후 어떻게든 다시 메리를 만나리라 바랐을까 아님 믿었을까. 이후 파티장에서 메리를 다시 만난 팀은 진심으로 메리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그 어떤 술수나 마술도 없이 마음을 다한다. 역설적이게도 그 진심에 메리가 데이트를 응낙한다. 마치 마법처럼. 진정한 시간여행은 여기서도 암시된다. 일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혹은 사람의 마음을 그저 쉽게 얻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아니라 한 순간을 살더라도 진심을 보일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시간여행의 기능이지 않을까.
게다가 팀이 만약 전시회에서의 만남, 비록 성공적이진 못했지만 그곳에서의 케이트 모스에 대해 메리와 대화하지 못했다면 파티장에서 메리의 응낙을 받아낼만한 멘트가 딱히 없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드레스나 외모에 대해 자신없어하던 메리에게 이제는 묻지 않아도 말해줄 수 있다. 당신의 눈은 아름답다고.
동생의 사고를 막기 위한 일련의 시간여행은 실패로 돌아간다. 어떠한 일은 아프더라도 괴롭더라도 진심으로 직면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팀의 곁엔 그와 비슷한 심성의 아내 메리가 있어서 괜찮다. 견뎌낼 수 있다. 가족이라는 이유를 대지 않더라도 인간대 인간으로서 한 사람의 고통을 이렇게 묵묵히 옆에서 섣부른 충조평판없이 지켜봐줄 수 있는 오빠와 오빠의 부인을 둔 그의 여동생 킷캣이 부러웠다.
팀이 한 여자의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가는 과정이 매우 아름답다고 느꼈다. 셋째를 가지자는 메리의 표정은 파티장에서 메리를 설득하던 팀의 표정과 오버랩이 되기도 하면서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성장해왔는가가 새삼 느껴졌다. 이후 팀은 메리의 말대로 아이를 선택하고 아버지와의 이별을 받아들인다. 누군가와의 이별을 기꺼이 감수할만큼 의젓해지고 또 그만큼이나 누군가를 사랑하고 충실할만큼 멋있어지는 것 이것 외에 인생을 충만하게 그려낼 수 있는 내용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