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앞둔 어느 금요일의 잡생각들
잡생각이 참 많다. 눈 떠있는 시간의 삼분의 이 정도는 잡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운동할 때나 일할 때 빼곤 틀어논 음악마냥 빨래 갤 때도, 청소 할 때도, 영화를 볼 때도 잡생각이 떠오른다. 잡생각은 구름이나 안개같다. 금방 사라져버리고 흘러간다. 그럼 나는 또 뭔가 지나간 듯한 잊어버린 듯한, 아니면 날 유혹하고는, 그래서 사랑에 빠지게 해놓고는 금세 사라져버린 듯한 그런 기분에 휩싸인다. 그게 썩 유쾌하진 않다.
오늘은 이런 생각을 했다. 신이 내게 오는 걸까, 내가 신을 만나러 가는 걸까.
에고 에이미.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도 먼저 찾아오셨고, 모세에게도, 우물가의 여인에게도 먼저 찾아오셨다. 그래서 나는 내 힘으로 찾는다고 찾아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이제 거의 포기상태다. 내가 차원을 건너뛸수는 없으니까. 아무래도 내가 찾으러 가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나한테 오시고 싶으실 때까지 기다려야하나보다 싶다. 근데 또 혈루증을 앓던 여인을 생각해보면 그 여자는 예수님이 마을에 오셨을 때 어떻게든 옷자락이라도 붙들러 길을 나서지 않았는가. 참 복잡하다. 대충 내린 결론은 하나님이나 나나 둘다 서로에게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나만 가서도 안되고 하나님만 와서도 안되고. 뭐라 똑부러지게 결론내리지는 못하겠다. 대충 이쯤에서 생각을 얼버무렸다.
나만이 진리를 안다는 생각은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자아를 내팽겨쳐두면 안된다. 하나님이 나만 사랑하시는 건 아니지만, 내 옆 친구의 아버지만 되어서도 안된다. 먼저는 나의 아버지가 되어야 맞는 것 같다. 남의 아버지가 자기 딸 자기 아들 이뻐해주는 걸 구경하는 것도 참 질리는 일이다. 나만을 위해 예수님이 죽으신 건 아니라지만, 나란 사람의 죄를 대속하셨다는 걸 잊어버리면 안된다. ‘나’를 대체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한끗차이인데 이게 참 오묘하고 어렵다. 역시나 중용, 균형 이런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이 맛집탐방의 시대. 진짜 맛집이라는게 어디있을까. 진짜 진선미라는게 대체 어디있을까. 나 혼자는 그저 코끼리 다리를 더듬을 뿐이지만, 그래서 나까짓게 혼자 코끼리를 다 안다고 떠들면 안되지만. 그래도 그거라도 더듬지 않으면 정말 이 삶은 길을 잃어버린다. 적어도 나에게 할당된 몫이라도 잘 더듬고 내가 본대로, 내가 느낀대로 솔직하게 진실만을 말해야지. 그게 이 세상이 진짜 맛집을 찾는데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테니까. 그리고 마침내 뭔가를 알게 된 날에는 결코 이전으론 돌아갈 수 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