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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 Jan 26. 2021

책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이틀동안 휘적휘적 다 읽어치웠다. 내가 물려쓰고 있는 큰 언니방 맨 윗 서랍에 꽂혀있었는데 한번도 꺼내본 적 없다가 그냥 문득 꺼내어 다 읽었다. 겉표지도 어디갔는지 원래 없는지 책 위에는 먼지가 쌓였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의 삶에도 그런 삶의 흔적이 느껴진다. 누군가를 잃어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연인을 잃은 그 슬픔의 심연을 대충은 가늠해본다.


‘세계는 딱히 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버러지처럼 짓뭉개져도, 밥을 지어먹고 잠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간다. 그런데도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전반적으로 아주아주 어두운 스토리와 전개이지만 이 사람의 글은 어둡지가 않다. 절망이란 그림을 희망이라는 물감으로 그린 책같다. 이제는 삶의 생리를 구토가 나올만큼 잘 알아버린 주인공은 슬퍼서 울고 있는데 나는 문득 같이 슬퍼지지만은 않고 이 사람을 위로할 수 있어진다. 아마도 이 작가는 너무나도 확고하게 희망을 말하고 있나보다.


문득문득 자기 혼자일수밖에 없어 울던 주인공의 마음을 이제는 알 것도 같다. 혼자일수밖에 없어 울고 웃고 떠나고 머무르고 또 도망치다 후회하고 저지르고. 지금 꺼내 읽은게 참 다행이다. 그런데 아직은 제목이 아리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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