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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 먹방루트

거제 해금강 가는길 1

by 이순열

거제 해금강으로 향하는 길, 첫 여정의 쉼표는 통영이 아니라 무주 구천동이었다. 서울에서 바로 내려가기엔 길이 멀 듯해, 무주구천동IC 가까운곳에 자리한 산채 비빔밥집을 찾았다. 메뉴판에 적힌 ‘산채정식과 산채비빔밥'을 주문했다. 상을 가득채운 반찬들이 인상적 이었는데 주인은 37번 국도길에 식당이 위치해서 37가지 반찬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서울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나물과 채소들이 정갈한 그릇에 하나하나 담겨 나왔다. 가격만 따지면 정식2만5천원, 산채비빔밥 1만5천원으로 4명상에 8만 원이니 가성비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덕유산 자락에서 갓 채취한 산채를 맛보는 경험 자체가 값졌다. 그 맛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 산이 내어주는 정직한 선물 같았다.



저녁에는 거제에 사는 친구가 강력 추천한 통영의 ‘울산다찌’로 향했다. 이름처럼 울산에서 건너온 다찌 문화가 살아 있는 집이다. 술꾼들의 오마카세라 불릴 만한 해산물 코스가 끝없이 이어졌다. 상이 채 비워지기도 전에 새로운 접시가 등장했고, 제철 바다 내음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1인 4만원, 넉넉히 4명이 즐겨도 16만원. 밥은 따로 주문해야 한다고 했지만, 풍성한 안주들 앞에서 밥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



둘째 날, 해금강 유람선을 타고 돌아온 뒤에는 선착장 근처의 횟집에서 회정식을 맛봤다. 1인 3만3천 원, 4명 밥값이 132,000원 그 값어치가 충분히 있었다. 음식이 코스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한상 가득 차려졌는데, 신선한 회와 정갈한 반찬이 관광지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현지인 추천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



셋째 날, 서울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마지막 미식의 한 장면을 더했다. 금산 금강변의 작은 식당에서 어죽과 도리뱅뱅이를 주문했다. 어죽은 1만원, 도리뱅뱅이는 1만2천원으로 4인 한상 5만2천원으로 양도 많아 가성비 좋은 맛집이다.

뜨끈한 국물 속에 퍼져 있는 민물고기의 깊은 맛, 가지런히 늘어선 작은 물고기들이 고소하게 구워져 매콤한 양념을 입은 도리뱅뱅이까지. 서울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충청도의 향토음식이 입안에서 새로운 맛의 지도를 펼쳐주었다.



이번 여행의 길 위에서 만난 식탁들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그 지역의 바람과 땅, 바다가 고스란히 담긴 풍경이었다. 맛을 따라 걷는 여정은 결국 여행의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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