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은 Dec 04. 2018

대학교 본전뽑기

내가 '본전 뽑은' 방법 몇 가지

대학 입학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서 약간의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입학 전 오티에 참가했던 날이었다. 학교에서는 책도 내고, 이곳저곳으로 강연을 다니시는 유명 연사를 초청했더랬다.


"거두절미하고 말하겠습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보세요, 다른 학교 학생들 매 학기 400만원씩 낸다고 합시다. 그러는 동안 여러분들은 등록금 100만원씩 내면서 한 학기에 300씩 절약할 수 있지 않습니까? 8학기면 2400만원이에요. 세계일주를 갈 수도 있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투자금 좀 보태서 작은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는 금액입니다. 그래서…"


굉장한 역발상이었다. 그냥 앉아있었는데 개이득 본 기분. 애교심이 퐁퐁 솟아나다 못해 철철 흐르기 시작했다.


얼마 후, 새내기가 되어 친해진 학과 동기들과 국장(*국가 장학금)을 비롯한 장학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보통 국장이 학기마다 백만원 정도 나오는데, 그걸로 다른 학교 친구들은 1/3을 감면받는다면 우리학교에서는 전액 장학과 마찬가지라는 거다. 게다가 성적 장학도 반값등록금 시행 이후 수혜자가 두배로 늘은데다가, 교수장학, 지역장학, 등, 등, 등… 그때 모여 있던 10명 중 제값(?) 주고 학교를 다니는 건 두 명뿐이었다. 그리고 한 친구가 말했다.


"근데 너, 아버지 공무원이시라며. 그럼 국장 신청해도 안나와~"


헉. 이번엔 가만히 앉아있다가 개손해 봤다. 그렇다고 성적장학을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왜 못받냐고 물으면.. 아무튼 나는 못 받는다. 아무튼..!! (이 글에서 더 이상 성적 얘기는 안 하겠다..) 그럼 무슨 방법이 있을까. 생각보다 본전을 뽑을 방법은 많았다. 본전 뽑다 보면 알아서 스펙도 쌓이고 경험도 쌓이고 자소서에 쓸만한 문장도 만들어지고 뭐 그랬다.


5번의 정규학기와 1번의 교환학생, 1번의 계절학기 그리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들을 거쳐오면서 내가 사용한 방법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그렇다. 나 또한 아직 졸업하려면 2번의 정규학기와 1번 혹은 그 이상의 계절학기를 더 거쳐야 하는 한낱 휴학생이다..)


학문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 '본전'이라는 단어를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또 대단한 방법도 아니고 하지 않는다고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지만 막상 해보면 쏠쏠한 '대학교 본전 뽑는 법'을 공개한다.



0.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은 틈날 때마다


공지사항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저학년 때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공지사항을 수시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에 놀랐었다. 모의토익부터 시작해서 무료특강, 해외탐방, 인턴, 봉사활동, 대외활동과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모든 것들이 공지사항에 올라온다. 수업 중에 교수님이 이미 본 영상을 수업 자료라며 틀어주신다면, 팀프를 하는데 의미없는 회의에서 맴돌고 있다면, 내일이 공강이라 늦잠을 자도 되는 날의 전날 밤이라면, 학교 공지사항을 읽으며 정보를 얻자.


한 단계 나아가면 교내의 각 기관(국제교육원, 미디어센터, 비교과센터 등)의 공지사항이나 각 학과의 공지사항을 읽게 된다. 전체 공지에 올리기에는 참가대상이 한정적인 교내외 프로그램이 주로 이런 곳에 올라온다. 전공이란 4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에 걸쳐 내 길이 아님을 확인받는 것이라는 말이 있던데(...) 그렇게 다른 길에 관심이 생긴 사람이라면 타과의 공지사항이 더더욱 빛을 발한다.

(제가 본전공인 경영학에 흥미를 잃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공지사항의 업로드 속도가 나의 글 읽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면 학교 홈페이지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녀보자. 공지사항에 올리기에는 너무도 지속적으로 역사가 깊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교내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들이 홈페이지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보물찾기 하듯이 하나씩 찾아내면 된다. 고시반이라던지, 교환학생이라던지, 유서 깊은(?) 제도들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을 것이다.


1. 교환학생, 해외탐방, 해외봉사, 해외답사

취업하면 돈은 있어도 시간은 없다! 학생 때 가자!


본전 뽑기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나 지원금액의 단위가 남다른 '해외' 관련 프로그램들이다. 생활비나 체재비를 지원해주는 해외 인턴 프로그램이라면 더이상 부러울 게 없겠지만 뽑는 인원도 적고 요구하는 외국어 실력도 월등히 높으니 쉬운 것부터 퀘스트 깨는 기분으로 하나씩 참가해보자.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지원받는 만큼 본인의 투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국어 점수를 만들어 놓는다든지, 일부 지원금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참가비를 들여야 한다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라는 제도권의 가호(?)를 받으며 해외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압도적 장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해외연수를 떠나거나 답사를 갈 경우 A부터 Z까지 막막한데, 교내 프로그램을 통한다면 어느 정도의 절차는 학교에서 처리해주고, 문제가 생긴다면 학교가 해결해주겠지(...) 하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안도감이 바탕에 깔려 있으니, 특별히 특정 국가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왠만해서는 가기 어려운 국가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차피 교환학생이든 해외탐방이든 잠깐 다녀오는 것으로 외국어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하는 월등한 스펙이 되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가까이 있거나 직항편으로 쉽게 닿기 쉬운 동북아/동남아/미국/유럽주요도시보다는, 중남미/유럽중소도시/아프리카/아시아기타지역 등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자의 국가들은 여행으로 가기도 쉽고 주변에서 이야기도 많이 들려오지만, 후자의 국가들은 갈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가 일단 갔다오지 않으면 약간 미지의 세계(?)라고 느껴져서 다녀오고 나면 시야도 더 넓어지고 경험치도 오른 기분이고...

지금까지 멕시코에서 교환학생했던 사람의 변(辯)이었습니다.


2. 교내 공모전 = 엘도라도

교내 공모전이 엘도라도라면.. 학과 공모전은 거의 아틀란티스 뭍으로 끌어올리는거임... 그런거임...


각종 소감문 공모라든지, 서평 대회, 학술 동아리 대항 등 생각보다 교내에서 진행되는 공모전 혹은 대회들이 많다. 고등학교 때 생활기록부의 한 줄을 위해서 교내 대회라면 가리지 않고 참가했던 기억을 되살려 교내 공모전에 참가해 보는 건 어떨까?


외부 공모전의 날고 기는 무서운 참가자들은 우리 학교 재학생이 아니다. 운만 좋으면 충분히 입상 가능한 것이 교내 공모전이다. 또한 학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학교에 관련된 공모전이 열리기도 한다. 쌩판 모르는 주제가 아니라 일단 알고는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평소 학교를 다니며 생각해왔던 것들을 잘 정리해서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잠깐의 귀찮음을 이겨내면 소소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공모전의 상금과 부상을 노리다 보면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획안을 작성한다거나 생각을 글이나 이미지로 표현하는 실력도 쌓이고, 공모전 수상이라는 스펙도 쌓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1번 항목과 연결된 공모전이 열리기도 한다! 대학 생활에서 특별활동을 한 경험이 있냐는 자소서의 질문에 맞설 만한 무기도 여러 개 갖추게 된다.


3. 중앙도서관에서 공부만 할 게 아니라…

도서관에는 열람실만 있지 않다


책이야말로 본전 뽑는데는 최고의 방법이다. 나는 이 방법을 가장 많이 활용했다. "대학생 때 독서하는 습관을 잡아 두면 좋습니다..", "고전을 읽으면 인생의 길이 보입니다.." 이런 조언들도 물론 그 이유가 되긴 했지만, 제1이유는 수치로 계산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책 한 권의 평균 가격을 15,000원이라고 하면, 우리 과의 등록금인 1,020,000원을 채우기 위해서는 68권만 읽으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학기에 68권을 읽자는 목표로 틈나는대로 도서관에 갔다. 물론 68권을 네 달만에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단가(?)가 쎈 디자인이나 미술, 건축 서적을 많이 읽으면서 미적 감각과 안목을 길렀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면 그 도시에 대해서 나와 있는 모든 가이드북과 기행문을 뽑아와서 읽었다. 굳이 사서는 보지 않을만한 에세이나 산문집을 많이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나 엿보기도 했고, 책까지 장만하기에는 아직 크게 관심있지는 않지만 알고는 싶은 주제들(조경이나 도시공학, 미학, 번역 등 다양한 분야가 있었다)에 대한 서적을 읽어가면서 내가 가진 흥미를 더 깊게 발전시킬만한지 확인해 보기도 했다.


6학기 동안의 대출 기록을 확인하니 대출해서 읽은 책만 254권이다. 도서관에 직접 가서 읽은 책이나 E-book 앱으로 읽은 책도 이에 맞먹으니 학기당 68권이라는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더해서 속독력, 문해력, 사고력이 늘었으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내 취향과 관점을 형성하는 데 일조할 수 있었다.


읽고 싶은 책이 없으면 학교 도서관에 사달라고 할 수 있다. 서가에 흑염룡 나오는 소설같은것도 있는 걸 봐선 왠만해서는 거절하지 않고 사주는 것 같다. 나도 이상한(?) 책을 많이 신청했는데 10년 넘은 사회학 서적도 사줬고 크루즈 승무원이 쓴 에세이도 사줬고 디지털노마드 되는 방법도 사줬고 레시피북도 사줬고...... 기타 등등 다 사줬다. 신문이나 잡지 같은 정기간행물도 전부 사서 비치해 놓으니 전부 읽자.(??)


4. 복수전공

이건 굳이 넣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역시나 본전 뽑는 데 너무 좋은 방법이라 안 넣을 수가 없었다. 학교 한 번 다니고 학위 두 개 받으면 당연히 개이득이다. 17차 사먹으러 간 편의점에서 옥수수수염차 1+1 행사 하고 있으면 옥수수수염차 마시는 사람이라면..


그렇지만 복수전공을 생각하고 있다면 일찍부터 어떤 학과를 복전할지 생각해 놔야 한다. 게다가 소규모학과 복전시 수강과목이 꼬이면 졸업이 늦어진다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또 17차가 너무 너무 좋은 사람이라면 옥수수수염차 1+1 해도 안 사먹는 것처럼 본전공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본인의 진로에 따라서 더 좋은 선택이 되기도 한다.


그밖에도..... (안 해본 것들이라서 주워들은 얘기로 쓰자면)

이외에도 뽕을 뽑을만한 방법은 많다.  Apple On Campus를 통해서 애플 기기를 할인 구매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취업상담, 진로상담, 심리상담 등 교내상담센터를 안방처럼 활용하는 것, 산학협력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 하다못해 학생회실에서 프린트라도 수천장 하면 된다!!!! 정수기에서 물이라도 하루에 2리터씩 마셔!!! 학교에 디자인과 있으면 졸업전시라도 보러가고!!!!! 평생교육원 수업 듣고 K-MOOC 수업도 듣고 취업자 선배 특강 교수님 특강 외부연사초청 특강 등 관심 있는 각종 특강들도 다 들으면 된다!!!!



휴학한 화석이라 우연으로라도 새내기를 만날 가능성이 0%이기 때문에... 브런치의 아무 예비 19학번이 이 글을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이 글을 썼다... 다들 학교 본전 뽑기 건승하세요.. 자체휴강 한번 하는 대신 도서관 가서 책 열 권 읽으면 된답니다...^^!


작가의 이전글 VOID 여권으로 지난 여행 추억하기 -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