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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아 Oct 29. 2023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MBTI, 혈액형 그리고 진짜 나라는 사람은?

“너 MBTI 가 뭐야?”

     

대화 속 흔한 질문이 되어버린 문장이 아닐까?

회사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연인들도 MBTI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또한 더 깊게 들어가면 요즘은 연인과 궁합을 맞춰 볼 때도 아르바이트를 뽑을 때도 심지어 회사에 취직할 때도 참고사항 또는 인간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처음에는 젊음은 상징처럼 여겨지는 MZ세대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전 국민이 자신의 MBTI는 필수적으로 알고 있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그 기세는 지금도 이어져 가고 있다.    

  

Myers-Briggs Type Indicator (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의 앞 글자를 딴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MBTI로 설문을 통해 성격의 유형을 찾을 수 있는 심리 검사이다.

설문을 통해 도출된 결과 값이 우리가 알고 있는

E(외향)-I(내향), S(감각)-N(직관), T(사고)-F(감정), J(판단)-P(인식) 8가지로 나타나게 되고

영어 앞자리가 합쳐져서 자신만의 MBTI가 완성이 된다.

내가 무슨 심리를 전공한 전문가도 아니고 머리 아픈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다.     


글을 쓰고 있는 나의 MBTI는 ENFP이다.

외향적이며 직관적이고 감정적이며 즉흥적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뭔가 좋은 것들만 가득한 MBTI에 괜히 어깨가 들썩한다.      

잠시 기억 속 시간을 거슬러 초등학교 시절로 올라가면 그 시절에도 성격을 나타내는 용어들이 있었다.


바로 생활기록부에 꼬박꼬박 기입되는 문장이었다.

담임선생님이 보고 느낀 아이의 성향은 흔히 두 가지로 표현이 되었다.     


‘내성적이다’

‘활발하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보편적으로 착하다는 코멘트가 달리고,

활발한 아이들은 교우들과 잘 어울린다는 코멘트가 달렸다.

아마도 내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뒤져본다면 ‘내성적이다’는 표현이 많을 것이다.

마치 거기에 길들여졌다는 듯이 자기소개를 할 때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성적이지만, 마음이 착하고 친구들과 사이가 좋다-     


라는 문장을 꼬박꼬박 적어 넣은 것 같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부터 중학교까지 유행했던 것이 바로 혈액형별 성격이다.

A형 B형 AB형 O형까지 각 혈액형별 특징 더 세분화되어 남자와 여자의 혈액형별 특징까지,

이를 토대로 남녀의 궁합까지 맞춰볼 지경이었다.


사실 지금도 인터넷 검색창에 ‘혈액형별 성격’을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포스팅 자료들이 나온다.

다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글들이지만 간혹 심취한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시절 친구에게 과자를 나눠줄 때      


“너 무슨 혈액형이야?”     


이 질문으로 인해 같은 혈액형인 것이 확인이 된다면 그제야 과자를 나눠준 기억은 나와 같은 시대를 경험하면 성장했다면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중 가중 큰 수혜자는 바로 O형이었다.     


참고로 나는 나쁜 남자의 혈액형을 가지고 있다.

괜한 나쁜 남자라는 타이틀에 나도 마치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 같은 마법에 걸린 듯하기도 했다.     

어느 날 평화로운 저녁시간 핸드폰을 보던 아내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여보 내가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기분전환을 하고 싶어서

빵집에 가서 빵을 사 먹었어.”


“그래? 무슨 안 좋은 일 있었어?”(내 답변을 듣고 아내는 대답했다.)


“봐봐 여보는 F 라서 공감을 하는 거야!

나는 이 질문을 듣고 무슨 빵을 먹었는지 궁금했는데.”     


잠시 나도 F라는 감성적인 성향의 사람이라서 와이프의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을까?

당연히 남편이고 아내에 기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었다.

적어도 빵보다는 아내가 나에게 더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많은 성격테스트 그리고 심리테스트들을 접하고 그것으로 인해 재미 삼아 웃어넘길 때도 있지만 깊게 빠지게 되면 모든 인간관계를

테스트 하나로 나와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으로 선을 긋기도 한다.     

내 원칙 중 하나는


‘세상에 원래 그런 것은 없다.’      


나는 심리 전문가는 물론 아니지만 짧은 인생을 살아보면서 내가 겪어보니 성격, 나의 마음상태는 당시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이 변화가 거듭되어 지금에 내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내성적인 아이는 다듬어지고 깨지고 많은 일들과 더불어 성장하면서 지금 30대 후반이 되었다.

남들 앞에 서면 얼굴에 벌게지고 등에 땀이 주르륵 흐르던 나는 지금은 아들의 체육대회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응원단장을 자처해 앞장서서 댄스타임에 참가하고 있다.

오히려 보기 흉할 것을 대비하여 자제하고 있을 정도이다.     


모든 사람은 살아가며 앞으로 있을 무수히 많은 일로 인해 또 다듬어지고도 하고 때론 날카롭게 모가 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다듬고자 하는 사람은 다듬어지는 방향의 선택들로 인생을 만들어갈 것이고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거칠어지고 모가 생기더라도 크게 신경을 안 쓸 것이다.     

알파벳 4글자로 인행 인생을 만들어가는 내 성격을 단정 짓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참으로 아름다운 우주의 신비이지 내 성격이 아닌 것이다.

내 피는 빨갛고 내 몸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이지 내 성격이 아닌 것이다.     

물론 이 많은 테스트들도 다양한 설문과 노력에 걸쳐 탄생했겠지만,

그저 참고사항정도로 생각하고 부족한 것은 채워가고

좋은 성격은 유지를 하는 길잡이 정도로 생각했으면 한다.      

스스로도 마찬가지고 남들을 보는 시선을 넓게 본다면 애써 이해하려는 것보다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듯이

자신과 더불어 타인을 테스트 하나로 결정짓기에는 우리 인간은 너무 복잡한 생명체가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쓰는 글을 마치려고 보니 중학교 도덕 선생님이 된 기분이라 몹시 바른 사람이 된 거 같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열심히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월요일의 시작이다.


"당장 내일 운세부터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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