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과 일몰 그리고
아침 일찍 운전대를 잡았다.
졸린 눈을 비벼본다.
고양이 세수를 한덕에 눈곱이 떨어진 게 맞는지 확신이 없어서 연신 확인해 본다.
집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커피 한잔이 차속에서 온기를 내뿜는다.
고소한 커피를 홀짝홀짝 먹으며 라디오를 켜본다.
아직 남아있는 잠에 대한 기운을 떨쳐버리기 위해서이다.
라디오에서는 활기찬 아침을 알리는 DJ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도 없는 차속에서 혼잣말로 괜한 트집을 잡아본다.
사실 DJ 이한테 하는 말이 아닌 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말처럼 들린다.
나 자신에게 하지 못해 애써 방패 삼아 에둘러 말한 게 금세 들통난다.
핸들을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 태양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듯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경이롭고 아름다운 태양은 평소와는 다르게 내 마음속에 다가온다.
떠오르는 태양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아름다움을 통한 사색에 운전에 집중하기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태양이 떠오르는 속도는 눈에 보일 정도였고,
지평선에 걸친 태양은 금세 저 멀리 산 위로 하늘로 떠올랐다.
태양이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는지가 새삼스러웠다.
눈에 보이는 태양의 속도는 달리는 차만큼이나 빠르게 느껴졌다.
일몰도 마찬가지이다.
지는 태양아래 깔린 붉은 노을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감탄사가 나온다.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 태양은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는 짙은 어둠이 깔린다.
내 눈에 보이는 떠오르는 태양과 달과 근무 교대하듯이
어둠을 향해 달려가는 태양의 모습은 우주의 신비로움이 아닐까 싶다.
떠오르는 태양이 어느덧 하루를 알리기 충분한 높이가 되면,
너무 눈이 부셔서 일몰이 오기 전까지 쉽게 바라 볼 수없게 된다.
선글라스를 끼지 않는 이상 손바닥으로 겨우 겨우 태양을 반쯤이나 가려야만 볼 수 있다.
그나마 눈에 들어오는 모습도 원형의 모습이 아닌 태양의 모습이 보일 듯 말 듯하다.
눈에 보이는 태양은 눈부시다 못해 눈이 시려온다.
사뭇 내 젊은 날의 청춘 그리고 중년으로 넘어가는 모습도 떠올라 버린 태양의 모습과도 같아 보인다.
사실 잘 알아볼 수 없다.
잘 볼 수 없다.
시작은 분명 있었다.
그러기에 분명 끝도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내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몇 번이고 물어봐도 눈부시 태양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처럼 쉽게 나를 볼 수없다.
태양은 늘 하늘에 떠올라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보내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태양은 그저 계속 떠오르고 지기를 반복한다.
그 속에서 구름이 태양을 잠시 가리기도 하고,
눈, 비, 때론 태풍처럼 잠시 태양의 존재를 잊게 하기도 한다.
인생도 늘 반복되어 흘러가고 있다.
인생에 눈, 비, 때론 큰 태풍이 와서 태양의 존재를 잊고 삶이 무척이나 힘들 때도 있지만,
태양과도 같은 인생은 계속 반복되며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달리는 차 안.
창밖으로 보이던 태양은 금세 하늘 위로 떠올라 차에 가려져 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창밖으로 밝아진 주위 풍경이 태양이 높게 떠올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하늘 높이 사라져 눈에서 사라진 태양은 사무실 안에서는 볼 수 없고,
혹은 지하철에서도 그리고 집에서도 쉽게 볼 수 없다.
길을 거닐 때도 굳이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 경우도 드물다.
그러기에 나도 다시 내 인생의 태양에 대해 의문을 잠시 접어두려고 한다.
물음의 대답을 찾기보다는 언제나 떠올라 있을 태양만 생각하며 애써 태양을 찾기보다는
삶에 집중하고자 한다.
눈 오는 오늘.
눈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태양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