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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아 Dec 29. 2023

허물

허물 그리고 허물

허물

1.(명사) 잘못 저지른 실수.

2.(명사) 남에게 비웃음을 살 만한 거리.  

   

핸드폰에서 유튜브를 삭제한 지도 벌써 수개월이 흘렀다.

핸드폰 게임도 안 하는데 유튜브까지 삭제한 덕분에 핸드폰 하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다. 

긍정적인 신호인지 시대에 뒤처지는 신호인지는 아직까지는 판단이 어렵다.     


그래도 시간이 제법 흘렀음에도 일상에 불편함 없이 잘 적응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긍정적인 신호가 더 강하구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무슨 미련이 남아서인지 한 번씩 핸드폰을 붙들고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는 한다.

아직도 스마트폰의 노예가 아닌가 싶다.


나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려면 한참 멀었나 보다.     

카카오톡 친구목록에 업데이트된 친구목록이 눈에 들어온다.

친절하게도 새롭게 프로필 사진을 업데이트한 사람들이 차례차례 나열이 되어있다.

그중 눈에 들어오는 한 사람이 있다. 


나도 모르게 A의 프로필 사진을 살펴보았다.     

A는 그 누구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알고 있는 허물 하나가 있다. 

A의 프로필 사진 속에서 내가 알고 있는 허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너무 보기 좋을 정도로 평범함이 가득한 일상들로 가득 차 있다.

 

허물을 깨끗하게 지운 듯해 보였다. 

내가 알기로는 그게 아닌데 말이다.     

A가 나에게 해코지 한 것도 없다.

A에게 약점을 잡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A를 비난하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허물이 참으로 요망스럽다는 것을 나이가 먹을수록 느끼게 된다.     


누구에게나 허물이 있다.

물론 한 없이 부족한 나에게도 허물이 있다.

하나만 있을까? 전혀 아니다. 여러 개가 있다.

누구나 완벽한 척 고귀한 척 깨끗한 척한다. 

그러나 실상은 말 못 할 허물과 얼룩진 마음과 행동으로 가득하다.    

  

이런 허물을 벗어던지기란 쉽지 않다. 

허물이라는 녀석은 보물도 아닌 것이 귀하디 귀한 보물인척한다.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도록 꽁꽁 싸매어 비밀스럽게 간직한다. 

인간이기에 가능한 행동이 아닐지도 모른다.  

    

글을 쓰면서 골룸이 떠올랐다. 


허물은 한 번에 벗어던질 수 없다. 

내가 아는 허물은 그러하다.

오히려 벗어던질 수 없을 정도로 마음에 밀착이 되어있다.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나를 다시 세우는 행동.

순수한 아이들의 잘못 또는 허물은 금방 벗어던질 수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게 아니다.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허물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어쩌면 풀어가야 할 때를 놓치고 나서 ‘에라 모르겠다. 잊고 살자.’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잊는다고 해서 허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씩 하나씩 잠금을 풀어가야 한다.    

 

때로는 자물쇠가 번호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

열쇠를 잃어버렸다는 핑계. 

여러 핑계로 허물을 벗어던지는 일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아니 굳이 허물을 벗어던져야 하는지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조금 더 떳떳한 삶을 살기 위해. 

조금 더 이성적인 삶을 살기 위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허물만 눈에 불을 켜고 볼 것이 아니다.

내 허물도 눈에 불을 켜고 살펴보아야 한다.      

완벽한 인간이 아니고 또한 완벽할 수도 없기에 단 하나의 허물이라도 있음이 당연하다. 


수많은 허물 중 하나라도 지워보기 위해 오늘 밤 나는 내 허물부터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열어볼 용기가 쉽게 생기지는 않지만,

하나씩 자물쇠를 풀어가려고 한다.  

허물이 다른 뜻으로 우리의 성장을 도왔으면 한다.


허물

1.(명사) 살갗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꺼풀. 허물이 벗어지다.

2.(명사) 파충류, 곤충류 따위가 자라면서 벗는 껍질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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