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을 하기 위해서는
이별에 괜찮은 척 한지 한 달이 넘었다.
괜찮다 괜찮다. 하면 괜찮아진다는 말에 괜찮은 척 해왔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좋은 척, 즐거운 척했다.
영영 볼 수 없어야 그를 지우는 게 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는 아마도 영영 내 눈 앞에 아른거릴지도 모른다. 내 가까운 곳에 자리해 서로가 함께 알고 지내는 사람들 또한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다가 듣기 싫은 그의 연애 소식, 결혼 소식을 들을지도 모른다. 또 그가 내게 이야기했던 프러포즈의 로망을 그 어떤 누군가에게 실현하는 모습을 볼지도 모른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헤어짐 직후 나를 끔찍한 나락 속으로 계속 밀어 넣었다. 나는 그와 끝나서 이제 더 이상 웃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는데 나의 지인은 그와 여전히 웃으며 지낼 수 있는 좋은 사이라는 사실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나를 떠나 주어서 고맙다 생각한다며 쿨한척했지만, 부러웠다. 그리고 그의 웃음이 그리웠다.
지인에게 연인으로 넘에 가는 선을 넘지 말아야 했다는 후회뿐이었다. 그 선을 넘지 않았더라면 그와 이런 좋지 않은 사이가 될 일은 없었을 것을...
이러다가 떠난 그를 몰래 짝사랑이라도 할 것 같아서 너무 무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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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척하기 위해서는 채워졌던 마음을 비워야 했다. 그래서 마음의 방에 쌓인 것을 다 치웠는데 텅 빈 방 안에 향기가 남았다. 그에게 나의 향기를 남기고 싶었는데 그가 내게 향기를 남겼다. 눈을 피하며 스쳐 지나간 그에게 익숙하던 향기가 나서 나는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헤어짐이 이렇게 남아 나를 끔찍하게 힘들게 한다. 끔찍하단 말 말고 이 상황을 표현할 단어가 있을까?
익숙해질 법도 한데 나는 왜 이렇게 한결같이 힘들고 슬픈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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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상하게도 그와 통화가 너무하고 싶었다.
사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밥은 먹었는지, 일은 힘들지 않은지, 힘들게 하는 사람은 없는지, 오늘은 뭐 할 건지.. '
서로에 대한 대화 후, 고생하고 이따 연락할게라는 말로 마무리되었던 통화가 너무하고 싶었다.
목소리가 그리웠다.
그래도 오늘 이렇게 울었으니까 또 한 달을 괜찮은 척하며 버틸 수 있기를 바란다.
- 혼자 눈물 훔치는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