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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냉혈한인가? 훌륭한 리더인가?

야간비행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1931)

by Heart M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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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후 읽은 <어린왕자>는 너무나 아름답고 그 안에 잊지 말아얄 고귀한 것들이 있어서 정말 감명깊게 읽었다. 생텍쥐페리의 책이 더 보고 싶어서 눈에 띈 <야간비행>. 실제로 생텍쥐페리가 조종사로 살았기 때문에 그의 삶이 녹아있을거라는 기대가 들었고 분량도 무척 짧아서 읽기 부담되지 않았다.

항로 책임자 리비에르는 사명감이 정말 투철하다. 그는 감정도 풍부한 사람이라서 사람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들에 같이 안타까워하고 같이 공감할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융통성이 일도 없는 행동만 하고 그렇게 지시한다. 감독관에게 조종사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갖지 말라고 하며 그들과 우정을 쌓지도 말고 오직 일적으로만 대하라고 지시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일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 조금만 흐트러지면 큰 사고로 연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들이 느슨해지는 꼴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는다. 안개가 껴서 어쩔수 없이 돌아오느라 지연될 때도 지연된 만큼 수당을 깎는다. 그들의 긴장감을 위해 잘못하지도 않은 잘못을 찝으며 징계하라고 감독관에게 명함 ㅡㅡ;;;;;

이런 부분은 진짜 솔직히 나도 모르게 속에서 부글거림이 올라옴...... 억울한걸 너무나 견디기 힘든 나의 성격에 이런 리비에르를 좋게만 보기가 너무 어려웠음 ㅠㅠ 하지만 사명과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그의 태도에 사람들은 크게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그를 존경하는 태도로 대한다. 이 부분도 솔직히 넘 이해하기 힘들었음 ^^;;;

이 때 시기가 전쟁시기와도 가깝고 남성위주의 시스템이다보니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틀을 지키기위해 이런 작은 것을 용납하지 않는것은 당연하게 여길수 있는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나는 체계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부당한 이유로 감봉당하거나 퇴출되거나 일자리를 잃는 문제가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리비에르를 생텍쥐페리가 느끼는 그런 영웅의 모습으로 느낄수가 없음.... 이 간극이 이 작품을 온전히 소화하기가 참 어려웠던것 같다.

사건이 있었던 날 3대의 우편비행기가 야간 비행을 마치고 돌아왔어야 했는데 2대는 돌아왔지만 파비앵이 조종하고 있는 한 비행기가 엄청난 태풍에 휩쓸려 결국 돌아오지 못한다. 그 태풍 안에서 어떻게든 살기 위해 끝까지 정신줄 잡으며 살 구멍을 찾아 연료가 턱없이 부족함에도 구름에 생기 작은 틈을 비집고 높이 날아오르며 아주 짧은 평화를 맞이할 때의 장면을 얼마나 생생하게 썼는지!!!! 실제 작가가 이런 추락 경험이 몇번 있었기 때문에 이런 장면과 이 때 느끼는 감정들을 이렇게 자세히 묘사할수 있었던것 같다.

다른 작품에선 먼곳으로 떠날 때는 보통 배를 타고 항해하는 이야기들은 종종 만나봤는데 비행에 관련된 경험은 처음이었고 참 매력적이었다. 아무것도 없는것 같은 산골에 작은 집에서 켜놓은 촛불이 그들은 알지 못하겠으나 멀리 떠있는 비행기의 조종사에겐 얼마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지.... 그 묘사들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야간비행을 모든 사람들이 찬성한 상황에서 운영한게 아니어서 책임자인 리비에르는 파비앵의 실종이 무척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이 되자 평소처럼 짜여진 스케줄 대로 다른 비행기들을 출발시키며 작품은 마무리 된다.

'인간은 분명 중요하고 행복하게 살아야하지만 결국엔 사라질수 밖에 없는 아주 작은 존재이다. 이런 존재가 이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보다 더 의미있는 무언가를 남기기위해 애쓰고 행동하는 것은 정말 가치있는 일이 아닌가'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바로 영원을 위한 인간의 본능적인 갈망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영원성을 영원하지 않은 인간의 힘과 노력으로 구현하려 하니 부대낄수 밖에... 영원한 것은, 온전한 것은 인간 위의 신적인 영역으로 풀지 않고서는 먼가 부자연스러운, 억지스러운 느낌이 나는게 어쩔수 없는 한계인듯 하다. 분명 아름답고 숭고한 면이 있음은 인정하는데 마음에 불편함이 남는다.

또 다른 새로운 영역을 맛본 것 같아서 그런 경험이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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