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 빅토르 위고 (1862)
도서관에서 회원증을 만들고 그냥 한번 둘러봤는데 눈에 확 띈 이 레 미제라블 세트.
5권, 그것도 다 벽돌책들인데 2주 만에 다 읽을 수 있을까?
다행히 10일 만에 5권 모두 완독 했다. 이때 진심으로 나 자신이 기특했다.
이 많은 양의 책을 다 읽는 것만으로도 참 컸는데 내용은 더 큰 의미가 있었다.
빅토르 위고가 왜 그렇게 프랑스에서 대가로서, 국민의 사랑을 크게 받고 있는지 잘 알게 되었다.
장발장은 청년 때 자신보다 어린 조카들이 배고파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 빵을 훔치다가 감옥에 가게 되었다. 그는 계속 세 번의 탈옥을 했고 다시 잡혀 들어가 19년이라는 긴 수감생활을 하게 되었다. 만기로 출소했는데 그는 평생 경찰의 감시망을 벗어나서는 안되었다. 그의 마음엔 세상에 대한 원망과 악만 가득했다.
범죄자의 표식이 있어 갈 곳 없는 그를 미리엘 주교가 먹여주고 재워준다. 장발장은 밤 중에 미리엘 주교가 아끼는 은그릇을 훔쳐 도망가다가 경찰들에게 잡힌다. 경찰들 앞에서 주교는 자신이 장발장에게 준 것이 맞다며 그에게 은촛대까지 가져가라고 한다. 주교의 자비에 장발장은 크게 감명을 받고 선한 삶을 살기로 마음먹는다. 범죄 기록 때문에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그는 마들렌 시장으로 신분을 바꾸고 도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선행을 베풀며 산다.
경찰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처벌 대상이 된 장발장을 집요하게 쫓는 자베르는 마들렌 시장을 의심한다. 장발장은 불안해하면서도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잘해나가던 중 누군가 자신으로 의심을 받아 재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청난 갈등 끝에 그는 용기를 내어 자신이 장발장임으로 밝혀 자신으로 오해받은 사람의 누명을 풀어주고 결국 잡혀간다. 그는 시장 때 만난 가여운 여인 팡틴이 자신의 딸을 부탁하는 유언을 지키기 위해 탈옥한다. 학대받으며 불행하게 살던 팡틴의 딸 코제트를 장발장은 자신의 딸로 삼아 소중히 대한다. 코제트와 장발장은 처음으로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맛보았고 그들이 함께 있는 곳은 천국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 숨어 지낼 수 없었다. 밖에서 코제트는 프랑스혁명에 가담하고 있는 마리우스를 만나게 되었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장발장은 코제트가 사랑하는 마리우스를 구하기 위해 혁명 전선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혁명가들에게 죽을 뻔한 자베르를 구해준다. 마리우스는 치열한 전투 끝에 위험한 상태가 되어 장발장은 그를 구출한다. 그들이 돌아가는 길에 자베르를 만나게 되었는데 자신을 구해주었던 장발장을 차마 잡을 수 없었던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마리우스는 장발장 덕에 목숨을 구해 코제트와 결혼하게 되었고 코제트는 장발장이 시장 시절 열심히 모은 돈을 물려받게 되어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행복한 시간에 장발장은 그들과 함께 있지 않고 홀로 지내다 죽어가게 되었고 죽기 직전에 자신을 찾아온 코제트와 마리우스를 보고 눈을 감는다.
장발장이 시장이 되어 정말 온갖 부와 명예와 존경을 받으며 그 시 전체뿐만 아니라 그 주변 도시까지 좋은 영향력을 살고 있을 때 자신으로 오해받아 사형에 이른 자를 구하기 위해 그 시장직을 버리는 그때, 작가는 장발장은 다시 한번 구원받는다라는 표현을 한다. 얼마나 충격적이고 소름인지.... 그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게 교만의 길을 가고 있을 때 신은 다시 그를 구원한다는 표현에 눈물이 핑 돌고 전율을 느꼈다.
마리우스에 대해서도 찢어지게 가난하게 되어서 그는 더 성숙해지고 더 나은 자가 됐다는 표현을 한다.
가난과 빈곤을 결코 찬양하지는 않으나 그것을 신이 도구로 사용하여 사람을 더 나은 자로 만드신다는 그 진리를 정확히 꼬집는다. 이 책 전체가 그렇다. 정말 시궁창이고 쓰레기고 쳐다볼 필요도 없는 존재들 조차 위고는 쓸데없는 것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것 자체는 선하지 않으나 선하게 만드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위고는 작품에서 모든 존재에는 선한 부분이 반드시 존재한다라는 것을 끊임없이 말한다.
위고의 그런 지적 덕분에 글을 읽고 있는 나도 상황이 잔인하고 더럽고 추악해도 계속 그 안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이 반짝이는 것을 보이기 시작했다.
장발장은 자신의 전부인 코제트가 마리우스와 사랑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녀가 자신과 멀어지는 걸 느낄 때 엄청난 괴로움을 느꼈다. 그것을 막고 싶고 코제트의 사랑을 나만의 것으로 취하고 싶은 욕심이 몰려왔다. 그것은 장발장에게 엄청난 시험이었다. 다행히도 자신의 감정이 아닌 양심에 따라 살고 있었던 그는 끝까지 내어주는 부모의 사랑을 하며 코제트와 마리우스를 지킨다.
가장 예상외의 장면은 탈선한 자베르였다.
그는 장발장 때문에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나 자신의 본업, 경찰로서 그를 다시 잡아야 한다.
그런데 장발장은 자신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다. 그를 넘기는 것은 그의 양심의 법이 허락할 수 없다.
하지만 그냥 보내는 것은 자신의 본업, 경찰의 법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상황에 갇혀서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그는 정말 바르게 살기 위해, 고귀하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혼신을 다해 살았는데 결과는 죽음이었다. 원칙과 법으로 사는 사람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자신이 그런 규율들을 완벽하게 지킬 수 없는 사람임을 인정하고 다른 길을 찾으려 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는 완벽해야만 했다. 그래서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용납하지 못했다.
장발장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오직 다른 자들을 위해 사는데 기본적인 인간의 삶조차도 내려놓으려고 할 때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건 자학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그의 그런 선택은 그가 원해서 선택했다기보다는 그의 양심에, 신의 인도하심에 그는 그냥 순종할 뿐이고 그렇게 순종하다 보니 그러한 삶을 살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 작품 안에는 위고가 정치, 역사, 문화, 경제, 언어, 종교 등 안 다룬 분야가 없을 정도로 인간과 사회에 대해 얼마나 큰 고찰을 하며 살았는지, 그의 생각이 책에 다 담기지 못하고 막 넘쳐흘렀다. 너무 깨달은 바가 많고 느낀 바가 많아서, 더 얘기하고 싶지만 이 책에 담기 위해 절제하고 걸러내고 요약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쓴 듯하다.
또한 위고는 신에 대한 경외와 사랑, 겸손, 자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장발장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는 희생되나 남에게 유익이 되는 선하고 옳은 일을 할 때, 동시에 느끼게 되는 괴로움과 다행이라는 안도감. 이처럼 정 반대되나 동시에 똑같은 무게로 존재하는 생각과 감정들을 정말 생생하게 표현했다. 그런 인간의 내면적인 표현들을 볼 때마다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 작품은 장발장의 이야기로도 담아낼 것들이 넘치는데 그 밖의 인물들도 정말 입체적이었으며 그들의 삶 속에서도 마음속에 새겨야 할 만한 가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스토리 밖에서의 프랑스에 관련된 이야기들도 그 나라와 그 시대를 이해하기에 큰 도움이 되는 훌륭한 자료였다.
어떤 것도 단편적으로 보지 않고 함부로 평가하지 않으며 평가절하하지 않는 이 작품 덕에 사람을 어떻게 봐야 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나의 눈을 바꿔주었고 나의 인생을 바꿔준 내겐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책 <레 미제라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