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 찬와이 (2022)
[소전독서단] 활동 중 분기별로 진행되는 [이 계절의 소설]로 <동생> 책을 받게 되었다. 전에 받았던 <뱅크하임 남작의 귀환>과 <연매장>을 정말 흥미롭고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비슷한 기대로 얼마나 많은 울림을 줄지 기대하면서 책장을 열었다.
이 작품은 홍콩에 살고 있는 탄커이의 시선을 썼는데 그녀는 열두살 어린 커러라는 남동생이 있다. 심한 산후우울증으로 엄마는 동생을 잘 돌보지 못해서 동생이 아주 아기일 때 중학생이었던 커이가 학교에 돌아오면 동생을 돌봐야했다. 하지만 그녀는 동생이 태어났을 때 제일 행복했고 동생을 돌보는 것이 너무 좋았다. 아이들에게 무관심했던 부모 때문에 둘은 서로에게 더 각별했다.
그렇게 둘은 성인이 되었는데 홍콩에선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고자 완전 직선제를 이루기 위해 하려고 애를 썼고 그것을 위해 커러는 학교도 그만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 넣어 사회 운동에 참여했다. 커이는 처음엔 커러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며 그곳에서 휩쓸지만 않게, 안전하기만을 위해 그를 막으려했으나 사회 문제를 더 이상 모른척 할 수 없어서 그녀 역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그 혁명에 참여한다. 그런 커이와 커러를 지키기 위해 커이의 남자친구인 마이클도 함께 하고 커이의 절친인 아차오도 함께 하여 그들만의 회사도 열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렇게 애를 썼던 혁명은 물거품이 되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모두가 큰 절망에 빠졌다. 커러는 커이에게 사실 자신은 심한 조울증이라고 밝히며 더 이상 살기가 힘드니 편안하게 저 세상에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다. 그런데 때 마침 커이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그 사실을 커러에게 알리며 그가 필요하다고 마음을 전한다. 그렇게 커러의 자살은 흐지부지 되고 커이는 마이클과 결혼한다고 했다가 임신을 했지만 결혼은 취소하겠다고 했다가 결국 모든 걸 보류하면서 나중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솔직히 하루하루 살자는 말로 마무리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달 전 계엄 사태가 있었기 때문에 이 '우산 혁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정들이 이해되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와 많은 것들을 아낌없이 내놓았던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지금 이렇게 정상화가 되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은혜인지를 또 한번 생각했다.
그런데 이 곳은 그 몸부림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내 마음에도 참담함과 우울함이 가득찼다. 그런 사회에서, 그렇게 아무것도 기대하기 힘든, 희망이 느껴지지 않은 사회에서 다시 힘을 내어 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무겁고 힘든 일이리라. 이 어려운 혁명 가운데 내 가족이 잡혀가지 않고 다치지만 않으면 그래도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그 부끄럽고 이기적인 마음도 정말 공감된다. 사람이라서 느껴지는, 어쩔 수 없는 감정인듯하다.
작품 중에 <자밍>이라는 노래 가사가 이 작품을 표현해주는 것 같아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아름다운 신념을 위해 누가 기꺼이 탱크에 맞설 수 있을까.
누구든 그 사람을 만난다면 그 아름다운 뜻을 가지고 돌아가길.
황야를 떠돌다가 금세 환멸에 빠지면 어쩌나.
사랑, 영화, 소설은 너무 가식적이구나.
그 사람을 만난다면 누가 그 작은 소망을 들어줄 수 있을까.
도와줄 수 없다면 그냥 내버려두기를,
세상의 마지막 백마를 탈 수 있도록.
너무 오래 찾았지, 너무 오래 찾았어도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네, 항의하고 물러나지 않았네.
세상에 누가 감히 그토록 사랑할 수 있을까.
그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그의 용기는 가져갈 수 있으니
도처에 벽돌이 널린 시대에는 그런 우아함이 부족하네.
꿈을 가르치면서 대가를 논하지 말기를.
결국 흐르는 모래 속에 가라앉을지라도 빛을 낼 수있을까.
파멸에 이를지라도 동화를 믿는다면
하늘 끝에서 백마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가장 사랑하는 것을 찾아 떠난 그 사람은 오늘도 돌아오지 않네.
그의 뜻이 남을지는 세상이 어떻게 기록할지 달렸네.
P. 235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의 해야할 일을 마땅히 해 나가며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이 백마를 탈 수 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작품 안에서 펼쳐지는 커이와 커러의 깊은 남매관계가 흥미로웠고 커이의 다양한 남자친구들과의 이야기들이 매력적이고 재미있었다. 엄마 아빠와의 단절된 그들의 관계가 그 사회와 청년들의 관계를 대변해주는것 같기도 하다.
읽다보니 비슷한 작품으로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다. <소년이 온다>를 읽은지 몇 달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몇 장면은 직접 눈으로 본 것 같은 강한 이미지와 비참한 주인공들의 삶이 떠올라 마음의 아련함이 느껴지는데 <동생>은 가족과의 잔잔한 느낌과 평이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동생>은 의미도 있고 매력도 있으면서 흥미롭게 읽어볼수 있는 작품이었으나 고전의 반열에 오르기엔 무게감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홍콩 사회의 문제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도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수 있길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