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여가수 - 외젠 이오네스코(1950)
자꾸 제목이 눈에 띄어서 한번 읽고 싶었던 책 <대머리 여가수>. 부조리관련 책들을 몇번 읽어서 인지 읽는데 많이 힘들진 않았다. 예전엔 말도 안되는 전개에 분노했었는데 ㅋㅋㅋㅋ
이 책은 희곡 형식으로 되어있는데
1.대머리 여가수 2. 수업 3. 의자
이렇게 세 가지 작품으로 되어 있었다.
옮긴이가 실제 초연을 어떻게 했으며 무대에 직접 올랐을 때는 어떻게 연출했는지에 대한 설명과 이렇게 연출해도 좋을것 같다는 팁들을 제공 해주는게 흥미로웠다. 정말 무대에 한번 올려봐야할것 같은 느낌 ㅋㅋㅋㅋ 각 작품마다 무대 모습에 대한 설명과 설정들이 꽤 상세해서 상상하면서 읽기 좋았다.
이 작품들의 작가 외젠 이오네스코는 <대머리 여가수>로 '부조리극'을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 사람이다. 그는 카뮈와 사르트르의 부조리 사상을 직접 연극으로 보여준 첫번째 사람이었다고 한다.
부조리극의 특성은 인간들의 막연하고 근거 없는 집단적 믿음(조리)앞에 그들이 믿으려 하지 않는 적나라한 현실(부조리)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 존재하지만 아닌것 처럼 모두 모른척 하는 그런 진실말이다.
부조리극은 관객들이 현실로 인정하기 싫어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의 부조리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난다. 기존의 연극이 '사실임 직한 비사실'을 추구하는데 반해 부조리극은 '비사실 직하지만 엄연한 사실'의 제시를 목적으로 한다고 한다.
작가는 언어와 죽음에 대해서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언어가 논리적이고 합리적라고 믿으며 그것을 의사소통의 도구로 삼지만 사실 언어는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해서 원초적으로 소통히 불가능함으로 오해를 계속해서 낳고 그 횡포가 사람들에게 폭력으로 닥친다. 이 책에 실려있는 대머리 여가수, 수업, 의자모두 이 언어의 부조리를 잘 표현했다.
또한 죽음도 부조리하다고 느끼는데 우리는 우리의 삶이 항상 지속된다고 생각하지 끝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고 산다. 하지만 반대로 삶에 끝이 없다고 해도 그것 역시 믿을수가 없다는 것이다. 참나 어쩌라고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먼저 작가가 담아 낸 부조리에 대해 생각한 후에 작품을 만나야 소화할수 있을 듯 싶다.ㅎㅎㅎ
1. 대머리 여가수
스미스와 스미스 부인, 마틴과 마틴 부인, 스미스씨네 하녀 메리, 소방대장이 출연한다.
스미스씨네로 마틴 부부가 방문하게 되서 서로 대화하는데 음... 진정한 아무말 대잔치를 경험할수 있다 ㅋㅋㅋㅋㅋ
그런데 이런 아무말을 먼가 의미가 있으려니 하고 의도를 파악하기위해 들으면 못 견디게 됨! 왜냐면 의미가 없으니까.
그냥 내뱉고 싶은대로 생각나는대로 떠들고 있구나 하면서 보게 되면 그렇게 거부감이 안든다.
가장 나중에 등장하는 소방대장이
그런데 대머리 여가수는? 이란 대사를 하고
스미스 부인이 늘 같은 머리 스타일이죠
이게 대머리 여가수의 대한 이야기가 끝이다. 그래도 이 작품은 나름 웃긴 포인트들이 심겨있다.
예를 들면 소방대장이 방금왔다고 했는데 언제 왔냐고 물었더니 45분전쯤에 왔다는 이야기 정도? ㅋㅋㅋㅋㅋ
언어의 부조리를 크게 부각시켜서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이들은 열심히 대화하고 있는데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것에 맞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우리가 얼마나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가! 누군가의 말을 듣기 보단 내 말을 하는게 중요하고 내 말에 대해 반응해주면 좋지만 아니어도 그만인 사람들.... 진짜 그냥 떠들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보지 않는가! 그런 모습들을 극대화시켰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름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장면이 처음 장면과 같은 장면을 하고 있다고 설명글에 나오는데 삶은 그렇게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머리 여가수의 늘 같은 머리 스타일처럼. 이렇게 느껴져서 나름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2. 수업
어떤 여학생이 생기발랄하게 어느 늙은 교수의 집으로 찾아가서 수업을 받게 된다. 여학생은 훌륭한 박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말한 후 늙은 교수의 열정적인 수업에 따라가기 시작하는데 처음엔 수학 수업을 배운다. 그 수업 내용은 일더하기일 같은 가장 쉬운 단계의 수업이다. 그런데 초반에는 여학생이 답을 잘 맞추다가 점점 답을 맞추지 못하고 늙은 교수는 처음엔 잘 달래주면서 가르쳤지만 점점 흥분하며 분노가 올라온다. 그렇게 교수가 설명을 하면서 가르칠때는 정말 바보처럼 못하던 여학생이 교수가 십억단위의 곱셈을 그냥 혼잣말하듯 말하자 바로 맞춰버림! 언어가 얼마나 정신을 혼미케 하는가! ㅋㅋㅋㅋㅋ
당황해서 또 교수가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하니 다시 바보처럼 변해버리는 여학생. 교수는 수학은 그만하고 언어학을 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아주 장황한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하는데 학생은 정신이 혼미해지고 힘들어하면서 이가 아프다고 계속 말한다. 그러나 교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언어학에 대해서 떠듬. 학생이 계속 이가 아프다고 하소연 하자 교수는 이성을 놓기 시작하면서 머리통을 부수겠다는 협박과 학생의 팔목을 잡고 비트는 등의 폭력을 행사한다. 그러다 식칼이라는 단어를 따라하게 하는데 교수는 진짜 식칼을 들고 학생을 가르치다가 갑자기 단번에 찔러 죽여버리고 여학생은 의자에 다리를 벌린 채 죽는다. 그 상태서 교수는 여학생을 칼로 마구 찌르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떤다. 마치 강간하는 것 처럼.
하녀가 등장하고 교수를 단숨에 진압한다. 그리고 이번에 40번째 시신이라며 나머지 시신과 함께 묻자고 별일 아닌것 처럼 말함. 그리고 둘이 죽은 여학생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그리고 초인종소리가 나서 하녀가 나가니 또다른 여학생이 도착하고 끝난다.
와우! 얼마나 쫄리는지 ㅋㅋㅋㅋ 중간에 교수가 가르치는 부분도 교수의 흥분되는 모습이 보이면서 긴장이 조금씩 쌓이는게 보인데 식칼이란 단어를 가르치기 시작할 때 예상할수 있었던 결말이었으나 그녀가 40번째이고 또 다른 여학생이 왔다는게 충격이었음.
언어의 혼미함이 인간의 어디까지를 파괴할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됐다. 그리고 이 역시도 반복된다.
좀 다른 모양이긴 하나 <스위니토드>가 생각나는 작품이었음.
3. 의자
노인과 노파 부부가 있었는데 오늘 변사가 와서 훌륭한 연설을 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집으로 사람들이 오는데 실제로 사람은 안보이고 이 둘이서 사람들과 각자 대화를 한다. 사람들이 새로 등장할 때마다 의자를 갖다 놓는데 안보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나중엔 무대엔 빈의자가 가득하게 되고 노인과 노파는 멀리 떨어져있을수 밖에 없다. 이 때 들어오는 의자 갯수가 최소 40개라고 설명해 놓으심! 그래서 노인과 노파는 젊은 배우로 해야한다고 ^^;;;
그 와중에 황제까지 오심! 노인은 황제에게 곧 변사가 오실꺼라고 말하고 변사가 도착한다. 변사는 실제 사람이다. 그는 앉아서 열심히 싸인을 해준다. 물론 눈에 보이는 사람은 노인과 노파, 변사뿐이고 사인을 하는 기계처럼 시늉만 하고 있다. 황제와 변사까지 오게 되서 너무 기쁘고 더 이상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하고 노파와 노인은 각각의 창문으로 뛰어내려 자살하다. 그리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변사가 일어나서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귀머거리 벙어리처럼 므므므므주구우우애 소리만 낸다. 그리고 칠판에 별 의미 없는 글들을 쓰고는 빈 의자들을 보고 웃고 황제한테 정중하게 인사하고 퇴장한다. 보이지 않는 군중에서 킥킥거리고 수군거리고 기침하는 등의 소리가 점점 커졌다가 점점 작아지면서 끝난다.
내가 강하게 느낀건 노인과 노파가 눈에 보이지 않는 방문객들 때문에 자신들의 자리를 잃어버리고 죽을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별 의미가 없어서 방문객들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그들의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데 그 당사자들에겐 그들의 모습과 그들의 소리가 가득차서 정신을 못차리는 상태까지 이른 듯한 느낌이었다. 심지어 황제까지도 보이지 않음! 황제가 입장할 때는 환한 조명으로 그의 존재를 표현하는데 그냥 빛만 있을 뿐 실체는 없다. 하지만 노인부부는 그들에게 거의 압살당한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기다렸다고 하는 변사는 귀머거리 벙어리다. 근데 그게 부조리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는 걸 보여주는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작품 모두 인상적이었고 부조리함을 잘 표현했다고 느꼈다.
겉으로 나타나는 모습만 생각하면 현실에선 있을수 없을 것 같지만 그 내용을 생각해보면 현실의 중요한 요소를 잘 담아낸것 같다!
마치 시를 볼때의 기분이 들었음.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보이는 것이 사라지는 느낌....
이 부조리함을 발견할수 있어서 재밌었고 부조리와 더 친해진 기분이었다 ㅎㅎㅎㅎ
다음엔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