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또다른 나
난 옷을 좋아한다.
그래선지 패션쪽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던 어느 멋진 가을 만추가 짙게 내려앉은 11월,
시니어패션쑈에 참여하게 됐다. 늘 뭔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던터라
이번 기회는 나에게 단비같은 선물이었다.
내가 할 일은 이제부턴 열심히 연습하는 일 뿐이다.
하지만 몸 따로 맘 따로였다. 너무나 슬펐다.
돌아서면 순서를 잃어버리는것이 다반사였다.
고된 연습탓인지, 발바닥과 입술이 부르트고 힐을 신는 탓에 허리가 끊어질듯 아팠다.
한편으론 그렇게 열정을 쏟는 나 스스로가 이뻤다.
쑈는 저녁시간 야외무대였다. 떨림반 설렘반이였다.
연습한 결과물을 대중앞에 선보여야할 시간이 성큼성큼 쏜살같이 달려온다.
자 이제부터 주워진 시간은 오롯이 내 시간이다.
더도, 덜도말고 그동안 연습한대로만 실수없이 하자.
이렇게 수없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본다. 크게 심호흡으로 덜크덩대는 맘을 진정시키며 연출자의 큐싸인을 기다렸다. 내 순서가 적힌 번호용지를 다시 한번 두 손으로 꼬옥 안아본다.
워킹을 마치고 들어오는 동료가 부러웠다.
얼마나 홀가분한 맘일까.
그러는사이 내 순서가 코 앞이다.
중압감이 크다.
대중앞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임을 경험하기 직전이다.
드디어 내 순서다.
휴...!
연출자의 큐싸인에 맞춰 워킹이 시작됐다.
무대에 발을 내딛는순간 관객들 시선이 오롯이 내게로 쏠린다.
난생처음 많은 사람들앞에 서보는거다.
순간 머릿 속이 하얘져 순서를 잃어버렸다.
나는 잠시 당황했다.
그 때 객석에서
우리엄마 잘한다!
이 소리가 당황함을 당당함으로 바꿔줬다.
그건 가족의 응원이였다.
나만 아는 작은 실수였지만 가족의 응원 덕분에 무사히 잘 마칠수 있었다.
캄캄한 그날밤은 수없이 많은 조명빛이 있어 별들도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오로지 하얀 내드레스위에 강렬하게 행운빛을 뿌려주는 조명빛만 있었다.
그 순간 황홀했고 행복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큰 울림으로 마주한다.
연습하느라 지치고 힘들때
동료애로 서로 보듬어주고 토닥여주고 위로해주고 이끌어주고
열정이 식을라치면 '우린 할 수있어' 라며
화이팅하며 희망을 준 동료들과
열심히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힘을써준 선생님께도 고마운 마음이다.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하면 잘 할수 있을것 같다.
시니어의 변신은 무죄라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걸 하니 순간순간이 기쁘고 웃음꽃이 만들어졌다.
해보니 되더라
시니어들이여 당당함으로 도전하는 삶을 삽시다.
앞으로 나의 도전은 계속이다.
기대된다.
그리고 다음 도전은 또 무엇일지,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