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
내 나이 예순하고도 얼마다.
오늘도 여전히 난 빠알간 립스틱에 살포시 입 맞춤하며 사뿐히 아침을 안는다.
오늘따라 째깍째깍 소리내어 울며 지나가는 시계초침 소리가 유난히도 빠르다.
그건 아마도 사람들이 나이를 물어오면 지금의 나이로 대답할 시간이 얼마남지 않아서지 않을까 싶다.
분명 이건 나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닐거다. 난 이맘 때면 잊고 지내온 내 나이를 한번은 꼭 확인을 한다.
마찬가지로 그러려고 두눈을 지그시 감고 곧 바뀌게 될 내 나이를 생각해봤다
순간, 어머나!하며 입가에 미소가 만들어진다. 받아놓은 내 세월을 보니 부자된 듯 뿌듯함이 있어서다.
실제 나이는 저만치 밀쳐두고 가슴뛰는 청춘 나이로 살아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예전엔 몰랐다.
맘은 항상 이팔청춘이라시던 어르신들이 주신 그 말씀을.
지금에 와서야 선명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숨길수 없는 늙음의 아이들은 잠도 없나보다.
거울을 볼때마다 나랑 눈이 마주친다.
난 윙크로 인사를 건넨다.
그래 내일도 와라 이왕이면 맘에 드는 모습으로 와 줄래
라며 얘네들은 쉼도 모른다.
밤낮없이 무럭무럭 자라더라. 여기저기서 빼꼼히 고개쳐들며 땅따먹기하듯 자리를 차지하려 야단들이다.
진하게 만들까 말까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귀여운 이마 주름과
점점 꺼져가는 내 볼살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개의치 않치만 날실같은 주름을 받았다.
거기에 또하나
희미해진 시력탓에 돋보기는 내 친구가 된지 오래다.
이 모두가 내가 마주한 늙음의 현상들이지만 난 회피할 이유도 하지도 않을거다.
보면 즐기지 못하고 의술에 힘을 빌려 위안을 얻으려는 이들도 있으나 난 그쪽 성향이 아니다.
개인의 가치관이 다르므로 뭐라 할 순 없는거다.
어떤 방법이든 본인 맘이 편하고 허락하는 방향으로 택하면 되는거다.
늙음 앞에선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늙음도 나고 젊음도 나다.
그러므로 늙음을 사랑하는 건 나를 사랑하는거다
어쩔건가. 받아들이고 인정해야지. 불안해하지말자.
늙음으로 가는 길 또한 나혼자가 아닌 그 길 또한 함께 가는 길일테니.
위안을 받으라 이 또한 너랑나랑 함께함이다.
난 지금 이 늙음을 사랑한다.
청춘으로 돌아가라하면 손사레 칠 것이다.
늙음에 대해 억울해하지도 슬퍼하지도 더욱이 한숨 쉴 일 또한 아닌거다.
생각을 전환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늙음이 추하고 보잘것 없음이 아닌 아름다움이며 위대함이다.
그건 늙음이 있기에 청춘이 빛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늙음은 아름다움이라 말할 수 있는거다.
아울러 비움이고 놓아줌이다
난 내 나이가 한층두층 두꺼워질 때면 그것에 강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늙음은 나이의 지표가 되기도한다.
나이를 받는다는건 잘 살고 있다는 증거이며 귀한 선물이다.
살아남아 있는자에게 주어지는 잘난 훈장같은거다.
잘 살고 있다는건 어쨌건 몸이 아프던 어쩌던 있는말중에 저승보다 이승의 삶이 낫다 하지 않은가.
그런 뜻에서다.
지금은 백세 시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늙음이 좋은 건 아름다운 이 세상을 먼저 봐왔고 비운 밥 그릇 수도 더 많지 않은가 ㅎ
그 밖에도 많더라.
쉬운 건 아니지만 노력하니 되는 것은 비움과 내려놓음이다.
그리하니 욕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맘이 편안하드라 그리되니 새털같은 가벼움이 얻어지더라.
늙음은 세월이 만들어준 지혜와 경륜을 갖고 있는 부자이기도 하다.
늙은자들이여.
향기나는 늙음을 만들자요.
난 오늘도 힐을 신고 빠알간 립스틱 바르고 집을 나선다.
진짜 늙음이 좋은 건 이거다.
애기가 되어 간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