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
난 봄을 손꼽아 기둘르고 있다.
제일 큰 이유는 반가운 모란꽃을 만나기 위함이다.
몇일 전 기다리던 반가운 연분홍색 꽃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곧, 봄이 갈거라는 햇살로부터 기별통보 편지를...
아직은 백색의 눈이 군데군데 보이긴 하지만 햇살이 주는 느낌은 뭔가 오늘은 많이 다르다.
곧, 자리바꿈이 있을듯하다.
겨울햇살 얼굴이 아니다.
흑백사진처럼 몽환적이다.
오늘은 봄이 야금야금 가까이 오고 있음을 귀뜸을 해주는 듯
참 포근한 날이 왔다.
살갖에 입 맞춤하고 새침떼기처럼 달아나 버리는 바람의 맛도 봤지만 겨울이 아니였다.
그래서일까?
따스한 햇살이 사정없이 나를 집 밖으로 불러낸다.
봄이 오고 있음이다.
길 옆 쇼윈도에 나란히 줄 서 있는 무지개색 빨,주,노,초...
예쁜 옷 색깔에 마음을 주는 것도 그렇고.
눈이 호강을 한다.
마치 '요기 봄' 이요 하며 미소를 보내며 인사를 건네는 듯 그렇다.
다이어트 욕구가 생기는걸 봐도 그렇고 이렇듯 여지저기서 봄이 오는 조짐들이 하나둘 보인다.
설레임을 뿌리며 조오기 걸어오고 있는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시간은 참, 잘도 가버린다. 잠도 없는듯 하다.
쉬었다 가도 뭐라 안 할건데...
난 봄을 기둘르고 있기에 애써 부지런한 시간을 꾸짖으려 하진 않는다.
되려 내편이 되어 주는 것 같아 고마움에 여유로운 미소로 반응을 내어준다.
봄이 되면 난 모란꽃에 미쳐 영혼까지 일시정지다.
기다림이 주는 큰 선물을 받기 때문이다.
백색과 아주 오묘한 연분홍의 피부를 가진 모란꽃인 거다.
그날이 되면 난, 정신을 내어준다.
모란꽃이 뿌려주는 달달한 향기와
알듯 모를 듯한 야릇한 모나리자와 같은 미소에 취해 허우적대다 정신줄을 놓고 말다를 수만번 해댄다.
행복한 비명인 것이다.
그 행복은 오롯이 나만이 품을 수 있는 내꺼다.
모란꽃이 펴서 질때까지 길지 않은 짧은 몇일간은 옹골찬 내 행복주간이다.
지금 우리집 화단엔 소리없는 기쁨들로 아우성이다.
봄을 만드느라 생명체들이 바쁘다.
움을 틔워 천천히 봄을 밀어 올리고 있다.
벌써 모란은 볼그스름하게 입술에 색을 입혔다
자식같이 애지중지하며 키우는 아이다.
모란꽃이 주는 우아함은 최고다.
화왕이라 한다. 꽃중에 왕이란다.
세상에는 수많은 예쁜꽃들이 있지만, 모란꽃은 화왕이 맞다.
일 년만에 재회할 모란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봄이 무지 기다려지고 설렌다.
때로는 일상이 지루하고 건조한 조짐이 보일 땐, 설레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일상이 좀 더 풍요롭고 신난다.
설레임을 주는것은 많다 내 경우는 이 외에도 다가올 미래에 대한 내일을 생각할 때,
그리고 여행을 앞두고도 그렇고 등등...
모란꽃이 피는 사월에는 가정가정마다 모란의 향기가 전달되어 향기나는 봄날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