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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아리 Jan 27. 2024

개꿈이였어

엄마라서

여간해선 꿈을 꾸지 않는데 웬일인지 어젯밤은 꿈을 보았다.

떨어져 사는 아들의 꿈을...그래서일까 불안한 마음이 꿈을 깨고 난 후에도 영 개운치가 않는다.

꿈이 주는 느낌이 그렇다보니, 에미 마음이 편할리가 없다.


어쩌다. 꾸는 꿈이 맞을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잠은 이미 이불밖 저어기로 달아나 버린지 한참이다.  

두 눈은 언제 잤었던가 싶을 정도로 말똥말똥이다.


맘 같아선 당장 전화하여 무탈한지 확인하고 싶은 맘 하늘 같지만,

그건 나를 위함이란 생각에 선뜻 휴대폰을 건들 수 없더라.


몇번이고 들었다 놨다를 뒤풀이만 해댄다. 이 시간이면 곤히 자고 있을 아들을 깨우게 될테니까 그렇다.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우리 아들 무탈하게만 해 달라며 하느님,부처님 ...신이란 신은 다 부르며 간절히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이 얼마나 인간이 나약하고 간사한 존재인가다.


평온할때는 신을 찾지도 않다가 이럴때면 찾으니 신께서도 화가 날 것이다.

나 같아도 그러지 않겠나 싶다.


밤이 이렇게 길게 느껴져 보긴 또 처음이다.

그러기를 얼마가 지났는지 안개처럼 뽀얀 새벽은 어둠을 밀쳐내고 아무일 없다는 듯 차가운 이슬방석을 깔고 내려 앉는다.


이 시간을 마음으로 얼마나 끌어 당겼던지 입술이 바싹 말라 있다.

이것이 자식을 둔 에미의 마음 아니겠는가.  


아들이 잠에서 깨어나려면 조금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에미는 더 기다릴 여력이 없다.

마음이 급하다 뽀얀 새벽안개를 받자마자 허겁지겁 충전 되어지고 있는 휴대전화 선을 후다닥 낚아채어 아들 폰 번호를 정신없이 터치를 해댄다.


띠리리 띠리리...가는 신호음 마져 길게만 느껴진다.


아들이 받는다 '아들 잘 잤어' 라는 인사도 건너뛴 채 다짜고짜 무탈한지 확인부터 들어간다.  

잘 지내고 있으니 맘 놓으란다 휴...! 다행이다.  


얼마나 듣고싶은 한마디였던가.


이른새벽에 전화를 하니 아들도 당황한 듯 하다.'


뭔일 있으세요'? 라며 묻는다.

그런걸 보니 또 맘이 쓰인다. 나만 걱정할걸 아들까지 걱정을 맹글어 준 것 같아서다.

오히려 미안한 맘이 크다.

에미는 늘 자식이 먼저다.


에미의 모든걸 아낌없이 다 주어도 모자람이 없는 관계다.


'아니 엄마는 뭔 일 없는데 아들 걱정이 돼서'라며 어젯밤 꿈 얘기를 하면서 몇번이고 무탈한지를 묻고 또 묻는다. 아들은 금새 에미의 마음을 알아 차리고는 웃으며 정말 별일 없으니 그맘 내려 놓으시란다.

무탈하단 아들의 말을 확인하고 나니 그제서야 얼었던 마음을 쓸어 내릴수가 있지 않은가.


휴...!

다행이다.


자나깨나 세상 에미들은 하루라도 아니 한시도 자식을 맘 속에서 떼어 놓치를 못 한다.

늘 걱정이다. "따로 또 같이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맘은 늘 함께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은 가지고 있는지, 또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신발은 미끄럽지 않을까 등등 그리고 끼니는 제대로 챙겨 먹고 다니기나 하는지 수만가지 걱정으로 머릿속을 채운다.


자식은 애물단지이자 애증이다. 하루종일 마음이 졸인다.
무탈하게 오늘이 지나 가기만을 기도한다.


하루가 열흘 같다.

어김없이 기다림 끝에 저녁시간을 맞았다. 아들의 전화가 없는걸 보니 다행히 잘 지나가는 것 같아 아직은 이르지만 조금씩 안심이 되어간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하지 않던가 스스로 토닥이며 애써 긴장을 감춘다.






오늘처럼 아들의 전화가 안 오기를 바랐던 적은 없다. 웬걸 전화벨이 울린다.

아들이다.

화들짝 놀라며 또 한번 가슴이 철렁한다.

불길한 예감에 대뜸'뭔겨, 뭔일 있는겨'?하는 말에 엄마가 걱정 해주셔서 오늘 무탈하게 잘 지나 갔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전화란다. 아들은 웃으면서 '엄마 개꿈여'라며 로또를 사란다.


얼마나 다행인지...자식은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에미의 힘이 닿는데까지는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세상 자식들이 세상에 나오고 싶어 온게 아니지 않는가 에미의 책임이고, 죄인 거다.


만만치 않은 세상에 맞서 제 할일 열심히 하며 잘 살고 있는 이 땅에 아들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생각하면 때로는 마음이 짠하다. '아들아 고맙고, 미안하고 그리고 많이 사랑한다' 다음 토요일이 기다려진다.

아들이 알려준 로또 두장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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