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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언 Jan 30. 2024

36년 만의 밤 이별

맞아야 사는 남자

아이고 살 것 같다



이것이 내 입에서 나온 첫 마디다.

나는 결혼생활 36년 차인 아주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가정주부다.

뒤돌아보면 큰 굴곡 없이 여기까지 잘 살아온 내 삶에 그저 감사하다. 


딸, 아들 남매도 고맙게 잘 커 주었고, 지금은 각자 사랑하는 반쪽을 찾아 새로운 둥지를 틀어 

따뜻한 가정을 이루어 이쁘게 잘 살고 있다.

그저 고마운 마음이다. 


어엿한 사회일원으로서, 한가정의 아내로, 그리고 가장으로 

각자 제자리에서 충실히 소임을 다 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새끼를 다 날려 보낸 어미 새처럼 덩그란히 남은 빈 둥지만 지키고 있다.

지금은 정년퇴직 했지만 공무원인 남편을 만나 나름 알뜰히 가정 경제를 내실 있게 잘 꾸려 왔고 

남편 역시 성실하고 빈틈없는 가정적인 아주 괜찮은 사람이다.


자신보다는 상대방 배려에 인심이 후한 사람이고 버릴 거라고는 없는 사람인데 

분명 딱 한 가지 용서가 안 되는 버려야 할 흠이 있다. 


남편은 옆에 없었으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있으면 편안한 사람, 

아니 있어 주기만 해도 좋을 그런 사람이다. 



내가 말하기 전에 상대방 마음을 헤아려 먼저 알아서 해주는 고마운 아주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다. 

그런데 용서가 안 되는 흠이란, 



바로 코골이다. 



남편은 술을 좋아한다. 그런데 남편의 경우 술을 마시게 되면 그날 밤은 난리가 난다.

말 그대로 기차화통 삶는 소리는 아주 이유도 아니다. 

또 재밌는 건 음주량에 따라 코 고는 소리가 달라진다. 

혼자 감상하기 아깝다. 


고저와 추임새로 ‘커 커커, 푸우 우 ,크 후우’ 숨이 금방이라도 멎을 것만 같다. 

기가 막힌다. 


그럴때면 난 오금이 저려온다 왜냐면. 진짜로 숨을 안 쉬기 때문이다. 

무호흡 상태인거다. 


정말이지 아주 환장할 노릇이다. 

별 쑈를 다 한다. 


그럴 때는 죽을거 같아 덜컥 겁이 난다 전문가에 의하면 무호흡은 죽을 수도 있단다. 

죽으면 안 된다. 

큰일난다. 살려야 한다. 


하다하다 한번은 방법을 모르겠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두들겨 패봤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잠시 조용해진다. 

취중에도 아픔을 느끼는지, 약발이 먹히는가 싶더니 다시 도루묵이 된다. 


그래도 몇 분 동안은 그 방법이 먹히더라. 

나는 본의 아닌 나쁜 악처가 되는 거 같아 슬퍼진다. 

사랑하는 내 남편 살리기위해두들겨 패야 하는게 그렇다. 


그러기를 언제까지 하냐면 술이 깰 때까지다. 

남편은 멈췄던 숨을 한꺼번에 아주 길고 시원하게 몰아쉬면서 또 다시 코골이를 맛갈 나게 불어댄다. 

그제서야 알았다. 남편은 맞아야 숨을 쉰다는 걸. 

그러니까 맞아야 사는 셈인 거다.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

나도 그러고 싶지 않지만 남편의 안위를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두들겨 패 살려야 되는 게 내 소임인거다. 

내 남편은 소중하니까 한밤중에 혼자 몇 사람 몫의 역할을 번갈아 해대며 쑈쑈쑈를 한다. 

정말 혼자 보기가 아까울 정도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있을까 싶다. 


난 밤이면 밤마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이 같은 괴상한 소리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허다하다. 

그러고 나면 그 다음날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안 될 것 같다. 


어쩔 수 없어 본의 아니게 남편을 팼지만 귀한 남편이기에 나도 더 이상은 패고 싶지가 않다. 

내가 악마가 되어 가는 것 같아 맘이 아프다 방법을 찾기로 했다. 

생각 끝에, 찾은 건 각방을 쓰는 거였다. 


그렇잖아도 아이들이 쓰던 방이 남아 빈방에 들어가면 휭 했는데 채울 겸 잘 됐다는 생각이다. 

남편도 미안해 하면서 떨어지기 싫지만 내 의견을 존중한단다.


처음엔 무슨 각 방이냐며 나를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한참을 처다 보면서

내가 그렇게도 싫으냐며 오해를 하드라. 


황당한 건 남편은 본인이 밤에 어떤 역사를 맹글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자초지종을 말하니, 들어보고는 내가 그랬냐며 미안하다며 그러자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다양한 이유로 각방을 쓰는 부부들이 의외로 많더라. 



처음 몇일은 옆 빈자리가 허전하더니

 ‘어머나! 웬걸 시간이 갈 수 록 너무 좋아’ 

내 수면을 방해했던,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 야릇한 푸우크허 ,크크어, 를 안 들어서 좋고 

넓은 침대를 혼자 쓰니 좋고 드는 생각이 

‘아하! 사람들이 이래서 각방을 쓰는가 보다’ 였다. 


늦게서 각방의 맛을 알게 된 만큼 지금부터 부지런히 맛을 즐길 거다.



 ‘여보 각방 쓰니‘아이고 살 것 같다요’



우리부부는 이렇게 해서 36년 만에 합방 생활를 깔끔이 청산하고 각방 생활로 밤 이별을 하게 된 거다.

 

 ‘여보 코를 골아줘서 땡큐 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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