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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언 Feb 04. 2024

세 개의 봄

꽃으로 온 사랑

이미 예고된 기다림이다.

며칠 전 한통의 전화를 아들로부터 받았다.


내용은 가족식사를 하자며 좋은 곳으로 장소를 

예약할 테니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말씀하시라 한다.

그러면서 ‘아무 개날 찾아 뵐 게요’ 하며 우리 모자는 길지 않은 통화를 끝냈다.


에미의 마음이 늘 그렇듯 

그날부터, 달력에 빨간 펜으로 

자고 나면 날짜를 지우는 게 하루의 루틴이다.


하루가 너무 길다. 

에미의 이런 마음은 딸에게도 같다

자식을 향한 마음은 딸, 아들 동등하다.


내 경우는 그렇다. 그건 나의 소신이기에 그렇다.

마치 하루가 30시간은 되는 듯, 아니 때론 멈춰버린 것 같기도 하다. 

어제도, 오늘도, 아니 내일도.


분명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24시간이고 그 시간은 같을 텐데 말이다. 

어디 시간이 멈추기야 하겠냐만은,

고장 난 시계 아니고서야 


그렇지 않은가.

아마 그건, 자식을 향한 보고 싶은 에미의 간절한 마음에서 오는 지루함일 게다. 

그러기를 몇 날을 보냈다.


잠시 아가들 어릴 적 사진첩을 꺼내놓고 

추억을 소환하며 미소 지으려 할 찰나에 딩동하고 초인종 벨 소리가 울려 보니, 


아들이다. 


양말발로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이 반사적으로 튀어나가 아들을 맞았다.

에미 마음과는 달리 시간은 살아있었다. 


그건 아들을 빨리 보고 싶어 하는 에미의 마음을 시간이 따라주지 

못하는 답답함에 에미의 급한 마음이 반영된 이유인 듯하다. 


들어오는 아들을 안아주며 

‘아들 잘 지냈어?’ 

라며 안부를 묻는 에미한테 


아들은 뒤로 감춘 한 손을 내밀며 

‘엄마 봄’이라며 

예쁜 세 송이의 튤립을 두 손에 

꼭 쥐어준다. 


어찌 색이 이리도 고울까?    


‘어머나!! 이뻐라 아들 고맙다.

어쩌면 이리도 이쁜 봄을 가져왔니?’

 

순간, 기쁨, 감동 그리고 짠한 마음이
동시에 교차한다. 


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방울 되어 또르르 볼을 타고 입가로 스며든다. 

의도치 않게 눈물의 맛을 봤다.



에미라면 그 눈물의 의미와 맛은 다 알고 있으리라.

아들이 눈물 셈을 건드려 놨다. 


표현을 안 하던 아들이 꽃을 좋아하는 에미 마음을 챙겨주는데 

눈물 안 보일 용기 있는 에미가 세상 어디 있으랴.


막둥이라서 늘 어리게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세월만큼이나 마음도 훌쩍 커져 있음을 알았다. 


키우면서 아들은 장남 같은 막둥이여서 때론 아쉬움을 가졌을 때가 있긴 했다.
특유의 철없는 막둥이기질을 보고 싶을 때가 있어서였다. 

그러나 아들은 늘 어른스러웠다. 


아들도 한 해 두 해 세월을 받다 보니, 

에미의 마음을 알아가는 걸까? 


그것도 에미는 마음이 짠하다. 이래도 짠, 저래도 짠 자식은 영원한 짠의 “아픔?” 임엔 틀림없다. 

나도 모르겠다. 그냥 그런 마음이 생긴다.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데도 그렇다.


그건, 영원한 세상 에미들의 숙제일 듯싶다. 

그렇다고 사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 


에미가 다 알지 못할 수 도 있지만 하여튼, 그렇다.

아들이 용돈을 주어도 에미는 안 받는다.

아니, 마음이 허락을 안 해 받을 수가 없는 거다.


“얼마나 힘들게 번 돈일까?”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온다.

그래서 매번 마음만 받겠다며 아무도 모르게 사알짝 소파 밑에 찔러놓고 간 돈을 찾아 다시 보내준다. 

그러면 아들은 펄쩍 뛰고 난리지만, 에미가 결국 이긴다.

 

에미는 말한다 


‘아들이 이쁘게 잘 살고 있으니 그게 에미한텐 큰 “용돈”이니까 

에미 걱정 말고 아들 가정에만 집중하라 한다’ 


그러면 아들은 엄마 같은 사람이 드물다며 지인들 얘길 들어보면 안 줘서 서운해한다는데 

엄마가 특별하다고 하면서도 깊은 에미의 맘을 짚기라도 하는 듯 고맙다 한다.

 

꽃 길만 걷기를 바라는 마음이 세상 에미들 마음이지 싶다. 

이런저런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저녁식사를 맛나게 했다. 


물론 계산은 에미가 했다.

아들 모르게 미리 해 놓은 상황이다. 


그래야 에미 마음이 편해서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용을 알리 없는 아들은 지갑을 들고 계산을 하러 나간다. 

자리로 돌아온 아들이 계산했다고 에미한테 뭐라 한다. 



에미는 말한다.

“아들이 준 꽃 이면 충분혀”라고 


나이를 먹으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 하지 않던가.


실엔 아들이 준 “세 개의 봄”이 할 말이 있는지 

다물고 있던 봉우리 입을 하루 종일 오물대더니 어느새 확 품어 토해 버렸다.



활짝 피었다 봄이... 



오래 머물러 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들을 생각하며 에미는 세 개의 봄이 웃고 있는 화병에 

맑은 새물로 넉넉하게 갈아 채워 넣어준다.


에미는 마주한 아들이 머물고 간 휑한 빈 방을 둘러보며 

아직도 체온이 남아 있을 것만 같은 아들의 이브자리를 다독여놓는다.


다음 아들의 잠자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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