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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언 Feb 05. 2024

남편의 사랑은 내가 아닌 사과였어

감보다 못한 나

캄캄한 방엔 어둠과 나 단 둘 뿐이다.

불빛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 놓고

난, 어둠에게 속상함을 고백한다.


어둠아! 글쎄 내 얘기 좀 들어볼래? 내 입장에선 기가 막힐 일이 있어!



이야기는 이렇다.

저녁밥을 먹고 두어 시간이 지났을 일요일 밤, 

그러니까 어제저녁 일이 되겠다.


어느새 하루가 지났다.

남편은 뭔가 입이 심심하다며 마켓에 간다고

시장바구니를 어깨에 걸치고 서 있다.


그러면서 날 보고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라며 내 대답을 기다린다.


난 딱히 땡기는 게 없었지만, 생각해 주는 그 맘 이 고마워 굳이 생각을 해냈다.

그건, 색도 이쁜 노오란 단감이다.

난 단감을 좋아하지만 사과는 좋아하진 않는다. 

아삭아삭한 그 특유의 단감 식감이 특별히 좋아서다.

그러고 보니, 한 개도 맛을 보지 못하고 겨울을 보낸 셈이다.

(절기상으로는 입춘이 지났으니 봄이다)


“딱히 당기는 건 없는데 당신 맘이 그렇다면, 단감이요!” 

그렇잖아도 말을 하고 잠깐 생각해 보니 그냥 지나가나 싶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그 마음을 남편이 알고 채워 주는 것 같아 내심 고맙기까지 했다.


남편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현관문을 밀고 나간다.

얼마 후 남편이 돌아왔다 구매한 물건을 가득 담은 가방을 어깨에 메고 온 남편은

힘에 부치는지 한쪽 발을 미처 다 안으로 들이지 못하고 휴! 하며 한껏 깊은숨을 몰아 내뱉는다.


그걸 보니, 또 치근 한 맘이다.

숯댕이처럼 검던 머리카락은 어느새 세월이 삼켜버렸고 

두 눈 크게 뜨고 찾으려 아무리 둘러봐도 찾을 길이 없다. 


대신 그 자리엔, 이미 주인의 허락 없이 지 맘대로 

세월만큼 백발을 잔뜩 토해 놓았고, 

세월은 그렇게 또 자취도 없이 뻔뻔하게 도망쳐버렸다! 


찾을 수 없는 곳으로... 


하지만 그 맘은 잠시고 난, 맛있는 단감 먹을 생각에 

얼른 남편 어깨에 있던 가방을 내 손으로 받았다.


들어보니, 무게가 상당했다. 

은근 걱정이 됐다.

이 무게면 어깨가 아팠 을법해서다.


암튼, 난 확인하고 싶어 급했다.

받은 장바구니를 열어젖혀 담겨 있는 내용물들을

하나씩 확인하며 꺼내놓는다.


남편 좋아하는 맥주와 사과만 손에 잡힐 뿐 도대체

단감은 어디에 있는지 눈에 뵈지도, 잡히지도 않는다.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이다.

그래도 난, 밑바닥 어딘가에 단감이 있겠지 하며 

남편이 현관문 나설 때의 그 맘을 믿고 내용물을

끝까지 확인했으나 웬걸? 


단감은 끝내 볼 수 없었다.


나중엔 애꿎은 내 두 눈을 의심하며 빈 장바구니만 탈탈 털어대며 패 댔다.

중요한 건, “읍었다”이다. 단감은.


결국 남편이 사 온 건, 본인이 좋아하는

맥주와 사과였다 분명 의도적이다.


오! 마이 갓...!


남편에게 물었다. 

‘단감은 오디 있는 거유 읍네유 왜 읍어유?’

난, 말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되는 이 상황이 궁금해서

어찌 된 일인지 머뭇거리고 있는 남편한테 설명을 부탁했다.


본인도 찔리는지 제대로 말을 못 하고 더듬어댄다. 

문제의 사과

‘아 그 그 그게 말이야 그랬어’ 

그러면서 사과를 가리키며 

‘거기 있잖여 사과’ 

날 보고 사과를 먹으란다.


“헐...”


난, 단감을 먹겠다고 했지 사과를 말한 적이 없다.

남편은 마치 사과가 감인 냥, 아무 일 없이 그냥 먹어줬으면 하는 눈치가 역역하다. 


어이가 없다.

참말로 기가 막혔다.

더 기가 막힌 건, 이거다.



감 대신 사과를 사온건,

사과는 7개에 11800원 이고,감은 5개에 12800원 이어서

감이 사과에 비해 개수는 적은데 비싸서 감을 대신해 사과를 사 온 거란다.


결국 아내한테 비싼 감을 사다 줄 필요가 없다는 게 아니겠는가. 

처먹든 말든 아무거나 갖다 주면 된다는...


난 사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남편의 이런 행동에 난 할 말을 잃었다.

뭐가 먹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의 고마운 그 맘은 이미 사라졌다.


그러니 나로선 드는 생각은 본인 거만 사러 가기가 미안하니 

물어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남편 맘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씁쓸하다.

더 어이없는 건, 맘 상해하는 내가 이해가 안 된단다. 


내가 이러는 건, 단감을 못 먹어서가 아니다.

그깟 단감 안 먹으면 어떠랴!

‘아니 내가 사 달라한 것도 아니고 본인이 

물어보길래 대답을 한 거고, 남편은 알겠다고 했으면 말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는가’


휴! 슬퍼진다.

남편한텐 내가 감이 아닌, 사과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에 그렇다.

내가 내 돈으로 사 먹을 거다.


남편이여 그러니 아까워 맘 졸이지 말고

맘 편히 가지소서.


이젠, 묻지도 마라 

“뭐 먹고 싶냐고”


괜히 인심 쓰는 척하며 사람 염장만 질러놓을 바엔, 

이젠 더 이상 기대도 하지 않을 테다.


그래야 서로 상처 안 받고 선한 마음 

다치지 않을 테니까.


기대를 거둔 지 오랜데, 어쩌다 그날은 그랬는지 ...


제가 속이 좁은 걸까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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