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덩이가 된 사진 한 장
재밌다. 감사하다. 그리고 무지 행복하다.
무엇이?
사진 찍고 찍히는 것이 그렇다.
난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지만,
찍히는 걸 더 좋아한다.
예쁜 옷 입고 아름다운 곳에서 멋진 폼으로
내 모습을 사진으로 순간순간 담아놓고
심심할 때 내어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셀카 놀이다.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묘한 매력에 재미 들려 이것이 놀이이자 취미가 되었고
지금은 일로 연결되어 그 수입이
통장에 행복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한 번은 남편하고 맛난 식사를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주변 환경을 보니 느낌이 있는 곳이어서
그냥 지나치기가 아까웠다.
“그렇잖아도 새로 산 옷도 입었겠다”
나와는 달리 아무 생각 없이 주변 환경을 흘려버리고
저만치 앞서가는 남편을 불러 여느 때처럼
“그냥 갈 수 읍잖여, 한방 부탁 혀요” 하는 내게
남편은 썩 달갑진 않은 표정이지만 못 이기는 척
하면서 멋진 폼을 만들어 보라 한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남편은
사람들 없으니 빨리 하란다.
우리 부부는 이처럼 찍고,
찍히기 놀이를 잘하며 논다.
남편 맘 변하기 전에 해야 하기에
난 부랴부랴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두 눈을 크게 뜨고서
갖은 폼을 잰 다음 남편한테 큐 싸인을 준다.
그러면서 잘 하지만 한 번 더 부탁을 한다.
셔터를 여러 번 반복적으로 누르라고.
그러면 한 장은 걸린다 라면서...
그날따라 내 말에 토를 달지 않고
잘 들어주는 남편이 고맙다.
그리고는 궁금함에 난 바로
가까이 다가가 확인 들어간다.
헐, 눈을 감아 버렸네.
난 감은 눈을 남편 탓으로 돌리며
“그렇기 때문에 이건 다시여요”라며
하고 생각해 봐도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며
남편의 수고로움을 한 번 더 부탁한다.
그렇게 해서 금방 맹근, 맘에 드는
한 장의 컷을 건졌다.
어느 날 나는 일을 내고 만다.
겁도 없이 호기심에 그 맘에 든다는
한 장의 사진을 중년 쇼핑몰에 올린다.
처음 경험 해보는 거라 떨리기도 하고
솔직히 겁도 났다.
상처받는 댓글이 있을까 봐서다.
올린 사진을 내릴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이왕 올린 거 대중의 평가를
받아보고 싶은 맘도 솔직히 생기더라.
올리고 얼마 있으니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다.
졸이는 맘으로 댓글을 따라가본다.
사람 심리가 참, 간사하더라
안 보려 해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것이
궁금하기까지 하게 되니 말이다.
긴장한 마음으로 용기 내어
그 마음으로 읽어 내려간다.
다행히도 감사하게 예쁜 마음을 댓글로 많은 분들께서 주셨다.
그제야 긴장된 마음이 좀 누그러든다.
휴! 다행이다.
그 일이 있고 난 며칠 뒤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쑈핑몰 대표의 전화다.
옷 자태가 예쁘다며 고맙단다.
예쁜 사진을 올려주어서
그러면서 일을 같이 해볼 생각 없냐고
내 의견을 물어온다.
경험도 없는데 라며 사진 올린 건 예쁜 옷
보여주시니 고마워서 그런 거였는데...
라며 말끝을 흐리는 나한테 잘할 거 같다며
다시 연락할 테니 생각을 해보라며
전화를 끊는다.
나는 “이게 뭐지, 꿈인가?”
좋아서 했을 뿐인데, 과한 칭찬에 거기에 일까지?
“그것도 내 취미이자 놀이인 사진 찍히는 일을 같이 하자고?”
솔직히 좋으면서도 자신이 서질 않았으나
대표의 계속되는 전화에, 설득에 하게 됐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 일을 안 했더라면 말이다
생각하면 아슬아슬하다 일이 주는 만족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아주 즐겁게 하고 있고 행복하다.
이렇게 한 장의 사진으로 인연이 되어
어느새 삼 년이란 시간을 함께 해오고 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일을 하게 된 것에 대해서...
예쁜 옷 원 없이 입어보고 그때마다
달라지는 새로운 내 모습이 좋고
몸 관리 차원에서라도
조금은 긴장감을 갖고 생활하는 것 또한
스릴 있어 좋다.
환갑이 넘은 중년이지만,
나는 지금이 봄날이다.
참! 재미있다 이 일이.
오늘도 부름을 받고 핏팅 촬영과
유튜브 영상 촬영을 하기 위해
예쁜 화사한 봄옷들이 날 기둘르고 있을 스튜디오가 있는 쇼룸으로
총총걸음 하며 집을 나선다.
궁금해진다.
또 어떤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폼을 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