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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아리 Feb 22. 2024

놀이가 통장을 채워준다

복덩이가 된 사진 한 장






재밌다. 감사하다. 그리고 무지 행복하다.


무엇이?

사진 찍고 찍히는 것이 그렇다. 


난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지만,

찍히는 걸 더 좋아한다.


예쁜 옷 입고 아름다운 곳에서 멋진 폼으로 

내 모습을 사진으로 순간순간 담아놓고 

심심할 때 내어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셀카 놀이다.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묘한 매력에 재미 들려 이것이 놀이이자 취미가 되었고

지금은 일로 연결되어 그 수입이 

통장에 행복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한 번은 남편하고 맛난 식사를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주변 환경을 보니 느낌이 있는 곳이어서 

그냥 지나치기가 아까웠다.



“그렇잖아도 새로 산 옷도 입었겠다” 

나와는 달리 아무 생각 없이 주변 환경을 흘려버리고 

저만치 앞서가는 남편을 불러 여느 때처럼 

“그냥 갈 수 읍잖여, 한방 부탁 혀요” 하는 내게 

남편은 썩 달갑진 않은 표정이지만 못 이기는 척 

하면서 멋진 폼을 만들어 보라 한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남편은 

사람들 없으니 빨리 하란다.

우리 부부는 이처럼 찍고, 

찍히기 놀이를 잘하며 논다.



남편 맘 변하기 전에 해야 하기에 

난 부랴부랴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두 눈을 크게 뜨고서

갖은 폼을 잰 다음 남편한테 큐 싸인을 준다.

그러면서 잘 하지만 한 번 더 부탁을 한다. 


셔터를 여러 번 반복적으로 누르라고.

그러면 한 장은 걸린다 라면서...

그날따라 내 말에 토를 달지 않고

잘 들어주는 남편이 고맙다.     

그리고는 궁금함에 난 바로 

가까이 다가가 확인 들어간다.


헐, 눈을 감아 버렸네. 



난 감은 눈을 남편 탓으로 돌리며

“그렇기 때문에 이건 다시여요”라며 

하고 생각해 봐도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며 

남편의 수고로움을 한 번 더 부탁한다. 



그렇게 해서 금방 맹근, 맘에 드는  

한 장의 컷을 건졌다.



어느 날 나는 일을 내고 만다. 

겁도 없이 호기심에 그 맘에 든다는

한 장의 사진을 중년 쇼핑몰에 올린다.


처음 경험 해보는 거라 떨리기도 하고

솔직히 겁도 났다.

상처받는 댓글이 있을까 봐서다.


올린 사진을 내릴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이왕 올린 거 대중의 평가를

받아보고 싶은 맘도 솔직히 생기더라.


올리고 얼마 있으니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다.

졸이는 맘으로 댓글을 따라가본다.


사람 심리가 참, 간사하더라

안 보려 해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것이

궁금하기까지 하게 되니 말이다. 


긴장한 마음으로 용기 내어

그 마음으로 읽어 내려간다.


다행히도 감사하게 예쁜 마음을 댓글로 많은 분들께서 주셨다.

그제야 긴장된 마음이 좀 누그러든다.

휴! 다행이다.


그 일이 있고 난 며칠 뒤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쑈핑몰 대표의 전화다.

옷 자태가 예쁘다며 고맙단다.

예쁜 사진을 올려주어서 



그러면서 일을 같이 해볼 생각 없냐고

내 의견을 물어온다.

경험도 없는데 라며 사진 올린 건 예쁜 옷

보여주시니 고마워서 그런 거였는데...

라며 말끝을 흐리는 나한테 잘할 거 같다며 

다시 연락할 테니 생각을 해보라며 

전화를 끊는다.



나는 “이게 뭐지, 꿈인가?” 

좋아서 했을 뿐인데, 과한 칭찬에 거기에 일까지?

“그것도 내 취미이자 놀이인 사진 찍히는 일을 같이 하자고?”




솔직히 좋으면서도 자신이 서질 않았으나

대표의 계속되는 전화에, 설득에 하게 됐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 일을 안 했더라면 말이다

생각하면 아슬아슬하다 일이 주는 만족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아주 즐겁게 하고 있고 행복하다.  


이렇게 한 장의 사진으로 인연이 되어 

어느새 삼 년이란 시간을 함께 해오고 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일을 하게 된 것에 대해서...

예쁜 옷 원 없이 입어보고 그때마다

달라지는 새로운 내 모습이 좋고


몸 관리 차원에서라도  

조금은 긴장감을 갖고 생활하는 것 또한 

스릴 있어 좋다.       



환갑이 넘은 중년이지만, 

나는 지금이 봄날이다.

참! 재미있다 이 일이.


오늘도 부름을 받고 핏팅 촬영과

유튜브 영상 촬영을 하기 위해

예쁜 화사한 봄옷들이 날 기둘르고 있을 스튜디오가 있는 쇼룸으로 


총총걸음 하며 집을 나선다.

궁금해진다.


또 어떤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폼을 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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