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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세마네

고뇌의 정원에서 보낸 하룻밤

by 오스만

봄의 정원에는 하루 종일 밝은 햇살이 가득 걸려 있습니다.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온갖 종류의 새들이 날아 들어와 각각의 음색으로 봄빛 완연한 정원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맑은 시냇물은 졸졸 졸 소리를 내어 흘러가고 민들레, 개나리, 수선화, 붓꽃, 목련, 라일락, 장미 등의 이름으로 피어 난 봄날의 꽃들은 여기저기 봉우리를 열어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득 설레게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봄의 정원에 영원히 머물기를 소망하지만 사람의 일생에서 저희가 봄의 정원에 마냥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때로 폭풍우 몰아치는 계절을 만나게도 되고 만년설로 얼어붙은 산맥을 힘겹게 넘어야 할 순간도 있을 것이며 이정표 하나 없는 바다 위를 이리저리 건너다가 거친 풍랑을 만나는 절망을 느끼고 앞이 보이지 않는 모래 폭풍이 눈 앞을 막아 선 사막의 길을 걸어야 하는 시간 또한 저희가 만나게 되는 삶의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저는 지금 사막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제가 사막의 길을 고집하고 선택하여 걷는 것이 아니라 이 길이 제가 태어나 걸어가야 할 많은 길들 중에 정해진 길이기에 비록 외롭고 또 소스라치게 고독하지만 그러한 감정을 추스르고 감내하면서 걷고 있습니다. 걸음을 옮기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세상의 모든 길들이 처음이고 처음이라 더욱더 낯설고 때로 두려움을 가지게 하지만 결국 그렇게 걸어갈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감내하여야 함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사막 위의 길을 걸으며 때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헤아려 길을 잡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성령처럼 사막의 모래언덕을 이리저리 옮기는 바람의 방향으로 잠시 나그네의 고단함을 잊는 오아시스를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사막의 길은 고독한 길이며 참으로 쉽지 않은 길입니다.


하지만 저 사막의 어딘가에 희망으로 가득 차 출렁이는 사랑의 샘물이 감추어져 있고 당신이 저를 위해 미리 예비해 놓으신 것을 제가 믿으니 다만 제가 봄의 정원에 영원히 머물기를 바라지 않고 당신의 뜻에 합당한 사막의 길 위를 걷는데 한치 망설임이 없도록 해 주십시오.


이제 새벽의 샛별이 빛나는 시간이 되면 아버지 당신께 제가 가려하오니 그 길 위에서 마주치게 되는 이 땅 위의 많은 사람들이 비록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모른다 할 지라도 그들 모두를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제 남은 여정이 온전히 마무리되도록 그 시간 내내 제 손을 꼭 잡아 주시기를 제가 간곡히 원합니다. 모든 것을 저로 하여금 새로 쓰게 해 주시고 낡은 자루에 더는 오래된 포도주를 두지 않고 이제 새 자루에 햇 포도주가 담기게 해 주세요.


아버지.....그리 될 것을 제가 믿습니다. 제 영혼을 받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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