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듣다
내가 다녔던 학교의 신학기는 왜
모두 삼월에 시작되었나
꽃샘바람이 부는 몇 주를 으레 이 지나면
교정에 심긴 나무들마다
팝콘처럼 꽃들이 터져 나왔다
담벼락 아래 개나리가 노란 꽃을 틔우면
연이어 벚나무와 목련이 그 뒤를 따르는 순이었다
점심시간마다 운동장 한구석에 앉은
나는 햇빛을 쬐었다
철봉대 옆 나무 의자에 앉아
꾸벅거리다 한 번씩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학교 밖에 무엇이 있는지 당체 알지 못했던 시절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으나
학교 밖 세상으로 너무 멀리
나왔다고 생각이 들던 어느 해 봄날,
해마다 그렇게 나는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지낸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