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중. 서. 편
퇴근 무렵 하늘 위로
잿빛 구름이 몰려들어
구름 속에선 번개가 번쩍이더니
결국 비가 내렸다
창문을 조금 열어
빗물이 땅으로 낙하하는 모습
물끄러미 눈길로 좇다
종이 한 장 황급히 찾아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
열린 창을 통해 보이는 길 위의
사람들은 비를 피하려 종종걸음 친다
도로 여기저기 금세 물 웅덩이 몇개가 생겼고
하얀 종이 위에 멈춰버린
펜은 좀체 움직이지 않는다
자리에 앉았다 일어서기를 수차례
여전히
한 줄 글을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으로
궁싯대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깜깜
한 밤중이다
우표가 다닥하니 붙은 봉투를 접어
남몰래 그 위로 코를 가져다 대고
잉크 냄새 잔뜩 배인 그 냄새 맡을
상상하다가 여직 비가 오는지
궁금해 창 너머를 기웃거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밤 동안 빗물에 젖은 풀들은
내일 아침 햇살에
더욱 그 색이 푸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