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을 위한 변명
번질하게 기름칠해진 윤전기에서
갓 뽑아내어져
첫 주인의 손으로 막 전해 졌을 때
김이 오르는
에스프레소,
뜨거운 크레마에
조심스레 입술을 가져다 대듯
누군가는 기쁨의 눈짓으로
지갑 속에다
애지중지하였을 한장의 지폐도
결국 한 세상을 전전하다
구겨지고 색 바래어
무심한 새 주인의 허름한 주머니 춤에서
한 시절 마냥 우쭐댔음을
두고두고 그리워하겠지
세상 모든 새 것들은
반드시 낡아야만 하는가
세월이 지나면 딱 그 만큼
두께로 먼지가 끼어도
그 내면 속 단단함을 간직한 한 푼의
동전처럼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