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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만 Jun 04. 2017

아테네 여행

진실과 허구의 경계에 선 하루


여정의 시작은 신타그마 광장(Syntagma Square)에서 시작되었다.  차를 한대 렌트하려 했으나 아무래도 일이 번거로울 듯싶어 하루 일정으로 택시를 빌렸다.  머리가 벗어지고 후덕해 보이는 운전기사 '카잔카키스'는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은퇴를 하고 택시운전을 한 지 3년이 되었다고 했는데 여로모로 도시의 여기저기를 자상하게 설명해 주려는 노력이 보였다.


벼룩시장이 있는 구도심의 '모나스티라키  광장 (Monastiraki Square)'에서는 옛 시절의 드라크마 동전들이나 우표들에 눈길이 머물렀고 아크로폴리스가 배경으로 서 있는 엽서들이나 신전들을 테마로 만들어진 열쇠고리 몇 개를 구입하기도 했다.  과거와 현대가 복잡하게 오버랩되는 도시의 가운데에서 보내는 하루는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었다.


아테네의 명동이라는 '에르무' 거리에 들러 깨를 잔뜩 올린 그리스식 베이글인 '쿨루리' 하나를 사서 으적으적 입안의 고소함을 느끼가며 사람들과 어깨를 피해 돌아다니는 일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아크로 폴리스를 방문해 '헤롯의 음악당' 돌계단에 앉아 아주 오래전 희랍의 악사가 들려주었던 하프 선율을 바람결에 상상해 보는 일도 마냥 즐거웠다.


파르테논 신전에서는 사진을 잔뜩 찍었고 내려오는 길에 들른 시장통에서는 씨 없는 포도 한 송이를 사서 오물거렸다.  택시기사 카잔차키스가 추천해 준 그리스 식당에 들러서 맛 본 샐러드는 싱싱한 녹색의 채소 위에 양파와 토마토를 얹고 다시 그 위에 페타 치즈와 올리브 오일을 추가한 것이었는데 그 이름도 유명한 '그릭 샐러드'라고 했다.  화덕에 구운 빵 '삐띠'와 꼬치 음식 '수블라키'와의 조화는 무척 훌륭했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택시기사가 '모나스티라키 광장'에 다시 들러 주었다.  기차역에서부터 이슬람 모스크를 하나 지나 천천히 걸었다.  구운 옥수수 하나를 사서 씹는 맛이 참 좋았는데 짭짤한 소금기와 레몬즙의 새콤한 맛이 별다르게 느껴졌다.  광장에서 비보이 공연을 하고 있길래 십여분 정도 그걸 보다가 아레스 언덕에 올라 해지는 모습을 볼까도 싶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손목시계의 알람이 울리며 돌아가야 할 시간을 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로그램이 종료되자 네이비색 슈트를 입은 컨설턴트가 나를 방으로 안내했다.  '아테네 하루 여행'은 즐거웠는지를 물었고 나는 나쁘지 않았다고 대답을 했다.  간단한 신체검사를 마친 후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고 나자 컨설턴트는 3D 프린터로 제작된 마그네틱 등의 아테네 기념품들을 봉투에 담아 챙겨 주었다.  다음에 오시면 '산토리니 하루 여행' 상품도 이용해 보라며 프로모션 쿠폰을 챙겨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받은 것은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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