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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만 Jun 04. 2017

백열등

세상과 꺼꾸로 산다


아주 가끔씩
형광등 보다
백열등 전구가 좋아

백열등 전구를 켜고 누워 있으면

어디선가 비 내리는 소리

들리는 듯 싶다

후두둑 지붕 위로 빗물 떨어지는 소리

하루 반나절쯤 들리는 듯 싶다

백열전구 텅스텐 필라멘트

들여다 보고 있으면 겨울저녁

성냥팔이 소녀가 꽁꽁 얼은 손을 비벼
성냥을 켠 듯
다락방 잡동사니들 사이

오래 잊었던 일기장 한권 보이고

빗물 떨어지는 풀잎 위

달팽이 한마리 보이는 듯 싶다

노오란 백열전등 아래

있으면 세상이 그만큼 환해진다

먼지 툭툭 털어 열어 본
일기장 속에서

옛사진 한 장 찾으면

빠알간 단풍잎 그 색깔마냥 내 얼굴

혼자 발그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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