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꺼꾸로 산다
아주 가끔씩
형광등 보다
백열등 전구가 좋아
백열등 전구를 켜고 누워 있으면
어디선가 비 내리는 소리
들리는 듯 싶다
후두둑 지붕 위로 빗물 떨어지는 소리
하루 반나절쯤 들리는 듯 싶다
백열전구 텅스텐 필라멘트
들여다 보고 있으면 겨울저녁
성냥팔이 소녀가 꽁꽁 얼은 손을 비벼
성냥을 켠 듯이
다락방 잡동사니들 사이
오래 잊었던 일기장 한권 보이고
또 빗물 떨어지는 풀잎 위
달팽이 한마리 보이는 듯 싶다
노오란 백열전등 아래
있으면 세상이 그만큼 환해진다
먼지 툭툭 털어 열어 본
일기장 속에서
옛사진 한 장 찾으면
빠알간 단풍잎 그 색깔마냥 내 얼굴
혼자 발그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