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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만 Jun 05. 2017

이집트 카이로 라마단 풍경

시티센타 '까르푸'에서 장보기


이집트는 외국인들 특히 비무슬림들이 보기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아랍연맹 본부가 카이로에 있고 아랍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지만 이집트 아랍어는 우선 매우 난해합니다.  일본이 '가타가나'로 외국어를 표기하는 것과 달리 외래어를 죄다 아랍어 문자로 표기하는 통에 글을 연결해서 읽기도 도통 힘들거니와 가입한 통신사에서 이집트식 사투리로 보내 오는 문자 메세지는 구글 번역기로 번역을 돌려 보면 아주 엉망으로 변해버리기 일쑤입니다.  교통경찰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차를 거꾸로 주행해서 지나친 길을 돌아 나가는가 하면 3미터나 되는 커텐 봉 같은걸 자기 승용차에 실으려고 낑낑대는걸 보다가 보면 실소를 넘어 폭소를 하게 만들지요.  게다가 아랍국가들 중 가장 많은 무슬림이 거주하는 국가인데도  거리의 주류판매점에서 맥주와 양주, 보드카, 포도주 등을 구입할 수 있고 심지어 맥주 공장이 이집트에 있습니다.   그런 이집트가 2016년 11월 중순 누적된 경제위기 타개책으로 'IMF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그 여파로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는 폭락하고 최근 단기예금 금리가 16.75%까지 상승해 버렸죠.  말이 길어졌는데 2017년 라마단이 시작된지 이제 일주일이 막 지났습니다.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집사람이 장보러 가자고 해서 카이로 시티센타 내 '까르푸'라는 데를 다녀 왔습니다.


시티센타는 한국인들을 비롯해 외국인들 다중 거주구역인 카이로 '마아디 지역'과 인접해 한번씩 찾게되는 장보기 장소입니다.  까르푸 등에서 장도 보고 은행업무를 보거나 이동통신사 매장에 들러 통신비 정산도 하게 되는데 나름 아기자기한 매장들이 많아 '스타벅스' 같은 매장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구경하기 딱 좋은 곳입니다.  에어컨도 아주  빵빵하니까요.


라마단을 맞이하여 시티센타 이곳 저곳에 라마단 장식을 많이 해 두었더군요.  대표적인 라마단 장식이라 하면 '파누스'라고 부르는 이슬람식 라마단 등불 형상의 조형물인데 아마 그걸 표현해 놓은듯 싶어요.


여기가 까르푸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안내 데스크가 휑 하네요.  덕분에 직원분은 망중한을 보내고 있는 중이군요.  


요쿠르트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입니다.  기본 요쿠르트 아이스크림을 시키면 그 위에 초콜렛. 딸기크림. 견과류 등의 토핑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물론 추가 요금을 내야 되겠지요.  라마단 기간이라 낮 시간은 금식시간인데 아저씨 한 분이 아이스크림을 드시고 계시군요.   빅 사이즈로.


장을 보고 나오면서 스타벅스에 들렀습니다.  역시 외국인들 위주로 모여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 등을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매장은 다른 나라 스타벅스처럼 머그컵이나 텀블러 등을 판매하는 방식이고 스낵이나 케익류 등을 함께 구입 할 수 있겠죠.  머그컵과 텀블러에는 영어와 아랍어로 각각 'Cairo' 그리고 'القاهرة'라고 인쇄되어 있습니다.


갈증이 느껴져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해서 벌컥벌컥 마시고 나왔습니다.  모바일 폰으로 찍었는데 배경이 훅 날아간 사진이 나왔네요.


장을 보러 갔다가 오면서 '카림'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한국에는 무척 낯설지만 중동지역에서는 많이 알려진 서비스인데요.  '우버택시'를 들어 보신 분들은 이해 하시기 한결 편하실 겁니다.  이집트에서는 후발주자인 '우버택시' 보다 먼저 자리를 잡았습니다.  카이로 내에서 모바일 앱을 이용해 호출하면 5~10분 사이에 담당 차량이 배정되어 호출한 장소로 오는 서비스입니다.


모바일로 서비스를 신청하게 되면 기사가 배정이 되고 기사 위치와 연락처 및 차량 종류, 번호 그리고 기사 이름, 도착시간 까지 노출이 됩니다.  서비스 이용 후에는 요금이 자동 계산되고 요금 납부를 하고나서 이메일 등으로 평점 등을 매기게 되어 있습니다.  잔돈이 없을 경우 낸 요금의 차액을 발란스로 넣어 달라고 요구하면 다음 탑승 시 이용할 수 있어 아주 편리한 부분도 있지요.  간혹 깡패 같은 이집트 택시의 불친절함을 겪어 보신 분들은 매우 환영할 만한 서비스입니다.  정찰제라 별도의 바가지 걱정도 덜 수 있겠죠.  오늘은 길이 많이 막히는 편이라 평소 왕복 30분 정도 거리가 45분 가량 걸렸어요.

자..그럼 오늘 장 본걸 한번 꺼내어 볼까요?  까르푸는 기본적으로 아랍어 출력 영수증이 발행 되지만 외국인이 영어 출력본을 사전에 요청하면 영어로 된 영수증을 출력해 주는데요.  오늘은 그냥 아랍어 영수증을 받아 왔습니다.  카운터 직원이 제가 이집트 사람인줄 았았나 봐요.


구입한 물품은 3팩들이 멀티 티슈 3개 묶음, 3KG Persil 액체 세제 1+1, 청포도 5KG, 샐러드 5팩, 이집트빵 10개, 18개 들이 아메리카나 비프 쏘세지 핫도그 1봉지, Cadbury  초콜릿  한 봉지, 움 알리 2개 뚝배기 (이집트식 후식으로 진짜 뚝배기에 담겨있음), 맨토스 껌 1통이었습니다.


위에 영수증은 스타벅스에 들러 아이스커피 두 잔을 주문해 마신 영수증입니다.  같은 아랍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마셨을 때는 두 잔 가격이 만원 이상 나오던데 오늘은 3,800원 정도 나왔군요.  스타벅스 그냥 부담없이 들러서 물처럼 벌컥벌컥 마셔도 되겠어요.  한 잔에 2,000원도 안되는데 말이죠.


오늘 장보러 나들이 한 걸 미친 척하고 한 번 결산해 보겠습니다.  계산의 복잡함을 피하기 위해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는 현찰 살 때 기준으로 하고 소숫점 이하는 대충 반올림 해야 겠어요.  


왕복 교통비 46 파운드 (45분 소요/3,000원), 까르푸 물품 구입비 358.55 파운드 (16 항목/23,300원), 스타벅스 커피 구입비 58.50 파운드 (2잔/3,800원)입니다.  총 비용이 463.05 파운드 (30,050원)네요.  며칠 전에 '돈 만원으로 장보러 가도 한국에선 살게 없더라'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집트 카이로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돈 만원의 가치가 있겠죠?  카림 서비스 택시에서 내리면서 잔돈 3파운드 (195원)를 거슬러 받지 않았더니 기사분이 너무 좋아 하셨어요.  반대로 저는 택시비 낼 때 어찌나 미안해 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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