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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만 Jun 08. 2017

미녀와 야수

카이로 심야 극장에 가다


'유튜브'를 검색하다 '미녀와 야수' OST를 발견하고 티브이와 연결해 보니 실사판 영화가 이미 극장 상영을 했네요.   여배우가 해리포터의 헤로인(마약 아니고 여주) '엠마 왓슨'이라고.


구글 지도에서 가까운 극장을 검색해서 미녀와 야수 시간표를 확인하니 밤 10시. 새벽 1시 30분 이렇게 하루 두 번 상영을 합니다.  라마단 기간이라 그런 듯 싶은데요.  차를 타고 극장 앞에 도착해서 영화표를 사려고 보니 매표소가 텅 비어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네마 티켓

 극장 안으로 문의하러 들어가자 나이 드신 분 세 분이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계시다가 저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시더군요.  영화표를 사려고 한다니까 표 뭉터기를 서랍에서 꺼내 한 사람 앞에 40 파운드라 해서 집사람 꺼와 같이 80 파운드를 지불하고 10시 표 두 장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새벽 1시 30분 표는 30 파운드였습니다.


 영화 상영까지 40분이나 시간이 남아 근처에서 커피라도 한 잔 마실까 싶어 어슬렁 걸렸어요.  극장 근처에 카페 복합타운이 하나 있던데 사람들이 많이들 나와 있더군요.  물담배 쉬샤도 피우고 음식도 시켜서 먹고 라마단 밤 시간을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들 보내는가 봅니다.


10분 전에 극장으로 다시 돌아가 보니 아직 다른 관객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고 직원 한 명이 바닥에 물을 뿌리고 있네요.  아무튼 시간이 돼서 좀 전 청소하던 직원의 안내로 상영관에 들어갔는데 역시 아무도 없었어요.  에어컨 틀어 달라고 하고 3D 안경을 쓰고 본 영화를 감상하는데 영화 시작하고 10분 정도 지나 3명이 쪼르륵 들어와서 총 다섯 명이서 영화를 봤습니다.


소극장 분위기지만 음향이나 스크린 크기 이런 불편은 느끼지 못했고 상영관 하나를 전세 내서 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늦게 들어온 세 사람은 이집트 사람이 아닌 걸로 보였는데 들어와서는 전혀 인기척이 없더군요.  매너가 좋은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지 그것도 아니면 나의 영화에 대한 몰입?  집중?

특별히 3D 영화라서 영상미가 뛰어나다 이런 느낌보다는 마치 한 편의 뮤지컬 영화를 보는 듯이 즐기고 왔습니다.  이거 그런데 원래 장르가 뮤지컬 영화인가요?  게다가 워낙 귀에 익은 영화음악들인지라 영어 대사와 아랍어 자막은 신경 쓰지도 않았는데 시간은 두 시간이 이미 훌쩍 지나 버렸더군요.  오랜만에 집사람과 영화관 데이트 잘 했고요.  영화가 끝나고 나왔더니 맥도널드 사거리 근처에는 자정이 지난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어요.  라마단 기간에는 보통 상점 운영시간이 새벽 두 시정도 까지라고 하는군요.

오늘은 카이로에서 미녀와 야수가 미녀와 야수를 만나고 온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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